이방인의 눈으로 본 우리 문화 익숙함 낯설게 틀어 보는 재미 챗GPT로 번역한 영문본 수록 ◇K를 팝니다/박재영 지음/648쪽·3만3000원·난다
이 책에는 그런, 우리는 다 알지만 외국인 눈에는 신기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담겼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레스토랑 가격으로 굴 한 개에 4∼5달러가 기본이고, 더 비싼 것도 있다. 시장에서도 굴을 개수를 세서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굴을 개수로 판매하지 않고 무게를 달아서 판매한다. 마트에서는 껍데기를 제거한 굴 20마리쯤을 5달러 내외에 판매한다.’(‘서울, 잠들지 않는 도시’ 중)
참 묘한 책이다. 보다시피 솔직히 우리에게는 별로 새롭지도 않은 내용. 그런데 한국을 모르는 외국인이 읽으면서 신기해할 생각을 하면 이상하게 재미있다.
저자는 한국에서는 물건을 분실할 위험이 매우 낮다며 카페와 함께 경기가 열리는 날 지하철역 구내 물품 보관함 사례도 소개한다. 몇만 명이 몰려 보관함이 부족해지면 그 근처에 그냥 놓아뒀다가 경기 종료 후 가져가는 가방이 수백 개나 된다는 것. 택배 물건을 집 앞에 놓고 가도, 심지어 택배 기사가 차 문을 열어놓고 배달을 가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는 걸 알면 놀라지 않을 외국인이 몇 명이나 있을까. 게다가 트럭이든, 오토바이든 시동이 걸린 채로 말이다.
같은 내용을 영어로도 번역해 책이 꽤 두껍다. 저자는 한글 원고를 인공지능(AI)과 챗GPT를 활용해 영어로 옮겼다고 했는데, AI가 한국말을 어떻게 번역했는지 보는 것도 소소하게 재미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