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고전 산책/최정욱 지음/272쪽·2만5000원·박영사
정치학자인 저자는 민주주의를 다룬 서양의 주요 고전들을 엄선해 핵심 원문(영문 및 한글번역)을 이 책에 담았다. 고대 헤로도토스부터 현대의 슘페터까지 약 2000년에 걸친 주옥 같은 저작을 아우르고 있다.
신간에서 다룬 아리스토텔레스의 민주정 비판은 얼핏 전체주의를 옹호하는 궤변으로 비칠 수 있지만, 사실 현대 민주주의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민중을 선동하며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포퓰리즘’에 대한 경계로 읽힐 수 있어서다. 실제로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대 그리스에서 포퓰리스트를 뜻하는 ‘데마고고스(demagogos)’를 민주정치의 적으로 규정했다. 그는 ‘정치학’에서 “민중이 법 위에 군림하는 민주정에서는 데마고고스가 부자들과 전쟁을 벌여 나라를 둘로 나눈다. 이들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민중들에게 생산잉여를 분배하는 ‘무절제(aselgeia)’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이미 2000여 년 전 ‘복지 포퓰리즘’의 폐해를 예견한 셈이다.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의 통찰력을 맛보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