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그날 조태용-주진우-이종섭 통화… ‘02-800-7070’은 누구 건가

입력 | 2024-07-19 23:27:00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한 것으로 알려진 당일 당시 조태용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주진우 법률비서관이 ‘02-800-7070’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 번호로 발신된 전화를 받은 뒤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 이첩을 보류시켰다. 여기에 용산 핵심 참모들도 같은 번호로 전화한 누군가와 통화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지난해 7월 31일 윤 대통령이 참석한 안보실 회의가 열렸다. 여기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혐의자에 포함됐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느냐’며 크게 질책했다는 것이 ‘VIP 격노설’의 뼈대이고 수사 외압 의혹의 출발점이다. 통화 시점은 세 사람 모두 회의가 시작된 이후였다. 발신자와 통화 내용이 확인되면 격노설의 진위를 가릴 중요한 단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 번호는 ‘대통령경호처’ 명의로 가입됐지만 실제 사용자가 누군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실 전화번호는 기밀 사안”이라고 했고, 어제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이 전 장관도 통화 상대방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 내선 번호 가운데 1개, 그것도 특정 시점의 통화 내용만 공개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것은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

풀리지 않은 의혹은 이것만이 아니다. 해병대가 경찰에 넘긴 자료를 국방부가 회수한 당일 윤 대통령은 국방부 장차관과 각각 3차례 통화했고, 이 무렵 대통령실 참모들이 군 관계자들과 집중적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 이모 씨가 ‘VIP’를 언급하며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있다. 이 씨는 처음에 “VIP는 해병대 사령관”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김건희 여사를 뜻한 것이지만 모두 허풍”이라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이 사건은 1년 전 홍수 실종자 수색에 나선 해병이 급류에 휩쓸려 희생된 것에서 시작됐다. 경찰이 10개월간 수사했는데도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는 새 수사 외압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졌고, 여야는 진상 규명보다는 특검 도입을 둘러싼 정치 공방에만 더 몰두하는 모습이다. 스무 살 해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언제까지나 의혹의 장막 뒤에 방치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