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이른 7월 대선 테마 장세… 방산·석유·코인↑ 빅테크·전기차↓
“대선 토론 이후 재선이 ‘유력’하다고 평가받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 사건을 계기로 ‘굳히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트럼프 당선이 거의 확실시되자 미국 증시도 예년보다 빠르게 대선 테마 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통상 8~9월 본격화되던 테마장이 7월부터 열기를 띠면서 트럼프 수혜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가 트럼프 피격 사건 직후 미국 뉴욕증시에 등장한 ‘트럼프 트레이드(Trump trade)’ 현상에 대해 분석한 말이다. 트럼프는 7월 13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를 하던 중 총격을 당해 오른쪽 귀에 부상을 입었다. 이후 지지층 결집이 가속화하고, 경선 과정에서 대립하던 공화당 인사들과 재계 거물들까지 그를 지원 사격하고 나서면서 트럼프 쪽으로 승기가 기울었다. 뉴욕증시는 이 같은 트럼프 대세론에 즉각 영향을 받아 그가 재집권했을 때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이른바 ‘트럼프 관련주’에 투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뉴욕증시에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이 등장했다. 뉴시스
자료=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뉴욕증시 3대 지수 중 트럼프 트레이드 수혜를 가장 크게 누리고 있는 건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다. 트럼프 피격 사건 이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다가 7월 17일 최초로 4만1000 선을 돌파해 4만1198.08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존스지수는 빅테크 같은 기술주보다 전통 제조업 우량주가 중심이 된 주가지수로, 재임 시절부터 이어진 트럼프의 ‘빅테크 규제’ 스탠스에 비춰 기존 기술주 매수세가 다우존스 종목으로 옮겨가는 순환매 장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7월 16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뷰에서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다”고 직격한 것도 다우존스지수에 반사이익이 됐다. 대만 TSMC는 물론, 이와 관련성이 깊은 엔비디아 등 미국 기술주가 동반 하락세를 나타내며 “기술주 시대가 끝났다”는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전통 에너지 섹터도 강세다. 트럼프의 에너지 공약에서 핵심은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등 저렴한 에너지원을 활용해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에너지 비용을 갖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제조업 중심으로 미국 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게 트럼프 경제 정책의 밑그림이다. 7월 17일 미국 최대 석유기업 엑손모빌 주가(종가 기준)는 117.64달러를 기록하며 전일 대비 1.38% 상승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트럼프 발언에 울상 짓는 섹터도 있다. 전기차, 이차전지 업종이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7월 16일 인터뷰에서 전기차 세액공제를 포함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IRA는 인플레이션을 낮추지 않고 높였다”며 IRA에 비판적인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또 트럼프가 러닝메이트로 택한 J.D. 밴스 부통령 후보도 앞서 “전기차는 사기”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전기차 대장주 테슬라는 일찌감치 트럼프 수혜주로 분류되며 이 같은 분위기에서 비켜나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대선 때까지 트럼프 측에 매달 600억 원대 정치 후원금을 납부한다. 트럼프는 7월 16일 “전기차가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일론(테슬라 CEO)도 환상적이지만, 자동차 100%를 전기차로 할 수는 없다”며 테슬라에 여지를 뒀다.
“진짜 트럼프 수혜주, 아직은 몰라”
증시 외에 암호화폐 시장도 트럼프 영향을 받고 있다. 한때 “바닥이 없다”는 비관론이 나올 정도로 하락이 깊었던 비트코인은 트럼프 피격 사건 이후 가격이 치솟고 있다. 6만 달러대 중반까지 올라서며 하락 분을 상당 부분 만회한 모습이다. 트럼프는 최근 “(암호화폐 미래는) 미국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우리가 하지 않으면 중국이 할 것”이라며 암호화폐에 우호적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49호에 실렸습니다]
이슬아 주간동아 기자 is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