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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 폭우처럼 찾아온 ‘잠실 예수’ 켈리의 고별전 [어제의 프로야구]

입력 | 2024-07-21 07:00:00


한국을 떠나게 된 켈리와 가족. LG 제공

‘야속한 비’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마지막이었다.

LG 외국인 투수 켈리(35)는 방출 통보를 받은 뒤에도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을 상대로 선발 등판했다.

2019년부터 함께 한 팀 동료들도 2회까지 6점을 뽑아줬다.

하지만 켈리가 3회초 투구를 다 마치기 전에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경기가 중단됐다.

그러면서 LG 역대 최장수 외국인 선수 켈리의 고별전은 결국 ‘노게임’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LG는 노 게임 선언 8분 뒤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29·베네수엘라) 영입 소식을 전했다.

LG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등판한 켈리. LG 제공

켈리는 LG에서 5년 넘게 뛰면서 정규리그 163경기에 등판해 989와 3분의 1이닝을 던지면서 통산 73승 46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했다.

이 기간 LG에서 켈리보다 많이 던진 투수도 또 많이 이긴 투수도 없다.

두 부문 모두 2위인 임찬규(32)는 658이닝을 던져 40승을 올렸다.

켈리는 포스트시즌 때는 47과 3분의 2이닝을 평균자책점 2.08로 막으면서 4승 1패를 남겼다.

켈리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6과 3분의 1이닝 동안 2실점(1자책점)하고도 패전 투수가 됐다.

그러나 5차전에서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면서 LG 외국인 투수 최초로 한국시리즈에서 승리 투수가 되는 기록을 남겼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5차전 도중 포효하는 켈리. 뉴스1

올해는 5월까지는 평균자책점 5.60으로 부진하다 6월 이후로는 이 기록을 3.18로 끌어내리며 반등 조짐을 보였다.

다만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LG 수뇌부는 켈리가 기복이 심해 ‘계산이 서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교체 카드를 꺼내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켈리가 예년보다 속구 구속이 떨어졌기 때문에 올해는 지난해처럼 반등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켈리는 2022년 이후 속구 평균 시속이 △145.4km △144.7km △142.5km로 해마다 내려오고 있었다.

켈리는 이날 ‘고별식’이 끝난 뒤 “직전 등판이 대전 한화전이라 안방 팬들 앞에서 마운드에 한 번 더 오르고 싶어 경기에 나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되는 지난해 5차전에 나가서 던지고 승리할 수 있던 건 크나큰 영광이었다”며 울먹였다.

시즌 24호 홈런을 터뜨린 KIA 김도영. KIA 제공

선두 KIA는 이날 대전 방문 경기에서 한화를 8-4로 꺾고 2위 LG에 6.5경기 차이로 앞서가게 됐다.

KIA는 5연승을 질주한 반면 9위 한화는 6연패 수렁에 빠졌다.

3위 삼성은 대구 안방 경기에서 롯데를 21-4로 꺾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

21점은 이번 시즌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이다.

수원(NC-KT)과 문학(키움-SSG) 경기는 비 때문에 노게임으로 끝났다.

▽21일 선발 투수 △잠실: 두산 최원준-LG 손주영 △문학: 키움 후라도-SSG 송영진 △대구: 롯데 반즈-삼성 이승현 △수원: NC 김시훈-KT 벤자민 △대전: KIA 황동하-한화 와이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