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진화한 인간-AI 상호작용 몸을 매개로 한 소통엔 한계 맹목적인 AI 추앙, 제어보다는 새로운 관점에서 질문 던져야
올해 5월 오픈AI가 선보인 실시간으로 통역하는 GPT-4o의 시연 영상. 오픈AI 유튜브 캡처
올해 5월 오픈AI는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동시에 인식하고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멀티모달 모델(LMM) GPT-4o(포오)를 공개했다.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GPT-4o가 보여준 큰 변화로 “인간 수준의 응답 시간과 표현력을 갖추게 된 것”을 꼽았다.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를 통해 보고 듣고 말하면서 ‘실시간’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실시간성은 사람이 실제 감정을 가진 AI와 소통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GPT-4o가 촉진한 AI와 인간의 상호작용, 감정적 교류는 유익하기만 할까. 동덕여대 대학원 통합예술치료학과 이수현 겸임교수는 “(시간이 갈수록)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머리로 수용하는 양에 비해 본인의 신체 감각을 통해 경험하며 알아가는 부분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어 인간의 균형감이 상실되고 있다”며 “거대한 머리를 지닌 인류가 돼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기계가 인간화되는 동시에 인간도 기계화되고 있는 오늘날의 모습을 반영한다.
이 교수는 인간과 AI의 상호작용이 늘어날수록 역설적으로 온전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몸적 경험’이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억, 정서, 생각 등이 근육의 움직임이나 자세와 연결돼 있다는 주장이다. ‘몸을 다룬다’는 것은 ‘정서와 기억을 다룬다’는 의미이고 몸은 “우리가 태어나면서 겪었던 모든 경험의 저장고”다. 데이터를 경험의 재료로 삼아 학습한 AI와 실제 모든 경험을 저장하고 있는 몸을 지닌 인간이 서로 완벽하게 상호작용할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다는 의미다.
기술 혁신을 추동하는 기업들이 연합해 힘을 실어주는 한 AI는 인간의 욕망을 투영해 끝없는 발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맹목적으로 추앙하거나 제어되지 않는 욕망을 무비판적으로 따르기만 할 수는 없다. AI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려면 기술 진보를 위해 분주하게 나아가는 개발자들의 시각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이런 변화 앞에서 잠시 멈춰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볼 줄 아는 예술을 통해 인류가 직면할 문제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져보는 건 어떨까.
김민지 Art & Tech 칼럼니스트 artandtechminji@gmail.com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