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가 만난 사람]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원전 수주 계기로 대규모 산업협력… 다른 국가와 원전협상에 좋은 모델 지난 정부 재생에너지 정책 실패… 브로커 판치고 값싼 중국산 점령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9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향후 장기적인 전력 수급 계획에서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가 함께 양 날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탈원전은 지난 정부의 정책 오류였고, 체코 측도 이에 대한 걱정이 컸습니다. 우리 원전 산업의 경쟁력과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다시 탈원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임을 강조한 점이 체코 신규 원전 수주에 주효했습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9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에너지 정책 방향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흔들리면 안 된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원전 사업은 계약부터 완공까지 10년이 넘게 걸리고, 운영·관리 계약도 통상 60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이뤄지는 만큼 장기적인 정책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그는 “체코 외에도 우리 원전의 가능성을 보고 문의하는 국가가 많은데 대부분 (지난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을 펼친 점을 우려한다”며 “우리 국민의 에너지 환경 인식을 제고하고 국회와 잘 협의해서 원전이 더 이상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재생에너지는 ‘질서 있는 보급’에 초점을 맞출 것을 강조했다. 지난 정부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몰두한 탓에 시장 무질서가 커졌다는 이유다. 안 장관은 “재생에너지 사업이 노후 보장책으로 여겨지게 되면서 (투자를 유도하는) 브로커가 판을 쳤고, 값싼 중국산 공급으로 국내 태양광 산업 생태계도 무너졌다”며 “정책 실패의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체코 신규 원전 수주 성과가 우리 원전 생태계로 확산될 수 있도록 추가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안 장관은 “개별 국가마다 에너지 인프라가 모두 달라 그런 특성을 염두에 두고 접근해 (원전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체코에서의 수주가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중요한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미국과의 에너지 협력도 강화한다. 그는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는 핵 비확산 체제 내에서 (원전 연료 공급망)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결국 한미 원자력 협력이 기본 토대가 돼야 하는 만큼 향후 ‘팀 코러스(KORUS·KOREA-US)’로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한-체코 간 대규모 산업 협력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한-UAE 간 경제·사회 분야에서 전방위적 교류가 이뤄진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안 장관은 “체코의 산업은 우리와 비슷한 개방형 제조업 중심”이라며 “한쪽이 일방적으로 돕는 차원이 아니라 양국이 산업 협력 파트너로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우리 제도가 해외 투자 유치에 적절치 않기 때문에 관련 제도의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투자 유치 전에 우리의 이익이 최대화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정부 안팎에서는 ‘생산 보너스’ 도입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가스 등 생산량이 일정량을 넘어갈 경우 개발 업체가 우리 정부에 일시금을 추가로 주는 방식이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