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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반도체 11조 전망… ‘슈퍼사이클’ 기대감

입력 | 2024-07-22 03:00:00

AI 열풍에 메모리 수요-가격 뛰어
실적 전망 상향, 재고자산 하향 안정
수십조원 투자 늘려 수요 대응 계획
모바일-PC로 훈풍 이어질지 관건





지난해 조 단위 적자를 기록했던 삼성전자 반도체사업(DS)과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메모리 수요 증가와 가격 인상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지면 본격적으로 메모리 ‘슈퍼사이클(대호황)’이 시작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2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잇달아 SK하이닉스의 2분기(4∼6월)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19일 기준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각각 16조1886억 원, 5조1923억 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가 시작되던 4월 중순 영업이익 컨센서스 3조1227억 원과 비교해 약 2조 원 늘었다.

앞서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증권가 전망을 훌쩍 뛰어넘은 10조4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전자업계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부문에서만 6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가 분기 영업이익 합산 11조 원을 넘기게 되면 2022년 2분기 이후 2년 만이다.

재고자산도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추세다. 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의 합산 재고자산은 반도체 불황이 시작된 2022년 대폭 증가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의 감산에도 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의 재고는 지난해 6월 50조1098억 원까지 늘었고 결국 삼성전자도 감산을 공식화했다. 감산 효과와 수요 증가에 힘입어 양 사 재고자산은 지난해 4분기(44조4793억 원) 이후 하향 안정화 추세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는 올 하반기(7∼12월)뿐 아니라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AI발 수요 증가로 메모리 제조사들이 미래 시장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고 내년을 상승 국면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트렌드포스는 2분기보다는 상승 폭이 줄었지만 3분기(7∼9월)에도 D램 가격이 5∼10%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수십조 원 단위의 투자로 반도체 수요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DS부문에서 15조 원 가까운 적자를 내면서도 48조 원 규모의 자본지출(CAPEX)을 기록하며 투자를 이어온 만큼 올해도 대규모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 과정에서 AI와 반도체에 103조 원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힌 만큼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전자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다만 본격적인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위해선 AI뿐만 아니라 모바일, PC 등으로 훈풍이 이어져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에 대한 투자가 천문학적으로 늘며 AI 가속기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나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되는 서버용 메모리 등의 수요는 늘었지만 다른 정보기술(IT) 수요는 그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메모리 가격 상승에는 메모리 제조사들이 HBM에 집중하며 D램 공급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D램을 쌓아서 올리는 방식으로 제조하는 HBM은 그만큼 웨이퍼 등을 배 이상으로 필요로 한다.

반도체 기업의 한 임원은 “약 5년 주기로 찾아와 2년간 이어지던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양상이 과거와 달리 진폭은 커지고 주기는 짧아졌다”며 “기술 경쟁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만큼 대규모 투자가 미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