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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 못 이룬 꿈, 파리 올림픽서 후배들이 이뤄주길[기고/김국영]

입력 | 2024-07-21 22:48:00

김국영 육상 단거리 국가대표



3일 0시 1분 절친한 후배이자 육상 세단뛰기 국가대표인 김장우 선수에게서 한 통의 문자가 왔다. “형, 나 올림픽 출전 확정됐어요.” 올림픽 출전이 간절한 꿈이었던 이 선수가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을 지켜봤던 나 역시도 또 다른 희망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세계육상연맹은 3일 0시에 파리 올림픽 출전 선수 명단을 확정했다. 3년 전 이맘때 또 다른 국가대표 후배인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도 올림픽 랭킹 포인트 확정 마감일에 대한육상연맹이 급하게 준비한 번외 경기에서 2m31을 넘으며 도쿄 올림픽 출전을 확정했다.

2024 파리 올림픽 육상에는 세계적 스타가 된 우상혁, 이번이 올림픽 첫 출전인 김장우, 경보 베테랑 최병광까지 3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한다. 나를 포함한 400m 계주 국가대표팀도 올 시즌 10년 만에 한국기록을 경신하며 마지막까지 출전권을 따내려 노력했지만 아쉽게도 올림픽 티켓은 손에 넣지 못했다. 나의 마지막 올림픽 도전은 무산됐다.

선수라면 누구나 올림픽에 나가고 싶어 한다. 나 역시 후배들이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반드시 출전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도울 생각이다. 하지만 세계 육상은 점점 강해지고 있고 올림픽 출전권을 따기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한국 육상은 이번 대회에 역대 최소인 3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하지만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한국 육상에 ‘최초’라는 이정표를 여러 차례 남긴 우상혁 때문이다.

3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육상 불모지였다. 우상혁은 도쿄 올림픽에서 가장 낮은 기록으로 결선에 올랐다. 하지만 결선에서 한국기록 경신과 동시에 한국 육상 트랙·필드 종목 사상 최고 성적인 4위에 올랐다. 도쿄 올림픽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우상혁은 모두가 아는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김장우가 선배 우상혁이 도쿄 대회 이후 걸어온 길을 뒤따르길 희망해 본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두 선수와 오랜 시간 한솥밥을 먹으며 지켜봤을 때 둘은 성격이 비슷하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미소를 잃지 않는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좋은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두 선수의 그런 무한 긍정이 기복 없는 성적으로 이어져 한국 육상을 이끌고 있음을 느낀다. 특히 우상혁은 체중 관리를 정말 혹독하게 한다. 188cm의 큰 키에 몸무게 67kg을 유지한다. 1kg이라도 늘면 물도 마시지 않는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면 우상혁이 왜 세계적인 선수가 됐는지 알 수 있다.

나는 한국 육상 국가대표를 간절히 응원하는 마음으로 파리 올림픽 해설위원을 맡기로 했다. 기본적으로는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역할이지만 이 선수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운동에 임하고 있는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다.

비인기 종목인 육상은 종합대회에서 여전히 설 자리가 넓지 않다. 이번 대회 로드레이스를 제외한 육상 트랙·필드 경기 해설을 모두 맡기로 했지만 사실 단거리, 계주, 우상혁 경기만 중계가 확정적이고 나머지 종목은 경기 시간이 겹치면 밀릴 수 있다. 김장우 선수 경기를 중계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미정이다. 예선 경기 중계는 잡혀 있지 않아 김장우 선수가 결선에 오르기를 응원할 뿐이다. 우상혁이 파리에서 한국 육상 트랙·필드 사상 첫 올림픽 메달로 선배들의 꿈을 대신 이뤄주는 순간을 기대한다. 이제 훈련은 마무리 단계다. 컨디션 관리와 즐길 준비만 하면 된다.


김국영 육상 단거리 국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