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관계 미묘한 변화 잘 포착… 단순한 ‘신냉전’ 논리 벗어날 필요 여당 자폭全大 꾸짖은 건 바람직… 익명의 거친 발언 옮길 땐 주의를 불법 대부업체 실태 기획 충격적… 피해 막을 입법 캠페인 이어지길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15일 북-러 군사협력 가속화,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남발과 입법 독주, 국민의힘 전당대회 잡음 등에 대한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이준웅 최은봉 위원, 김종빈 위원장, 이은경 정원수 위원.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북한이 러시아와 동맹에 준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 여기에 오물 풍선 도발까지 감행해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단독으로 처리하고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발의해 국민의힘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새 대표를 뽑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한(한동훈)계’와 ‘친윤(윤석열)계’ 간 갈등이 커졌다. 동아일보 독자위원들은 15일 이런 현안에 대한 보도를 놓고 토론했다.》
이준웅 위원=7월 4일자 A1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등 새 방법 협력 기대”>기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면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논의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북-러 안보조약 체결을 계기로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을 인터뷰하면서 나온 내용으로 시의적절했습니다. 일본의 러시아 전문가를 인터뷰한 7월 8일자 A26면 <北-러 조약, 미래 불투명한 동상이몽 혼인신고> 기사도 북-러 조약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했습니다.
김종빈 위원장=오물 풍선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노리는 대로 남남 갈등이 생겼습니다. 강경하게 대응을 해야 된다는 여당과 북한이 도발할 빌미를 줘선 안 된다는 야당 및 접경지역 주민이 있습니다. 이것 자체가 북한이 노리는 것입니다. 강 대 강으로 대응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국민의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자제시키는 방향으로 갔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은경 위원=7월 3일자 A3면 <野 “검사들 법사위 불러 조사” 檢총장 “이재명, 재판장 맡겠다는 것”>기사는 민주당의 탄핵 착수와 대통령실 및 검찰총장 반응 위주로 작성됐습니다. 대립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입장만 실을 게 아니라 객관적 제3자의 시각을 담는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사실 탄핵 사유에 여러 가지 오류가 많고 ‘카더라’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7월 6일자 4면 <檢총장 “野 검사탄핵, 직권남용” 野 “국회법대로 곧 조사”>기사도 제목만 보면 검찰총장 주장이 국회법에는 맞지 않는다는 뉘앙스가 있습니다. 무조건 양측 입장만 나열한 제목은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김 위원장=검사 탄핵은 지극히 법률적인 문제입니다. 탄핵은 공무원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해서 그 직무를 수행하기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때 지극히 예외적으로 쓰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야당이 대통령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위원장과 검사 더 나아가서는 판사들까지 탄핵을 하겠다고 나서니까 탄핵이 그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국민들이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법률 전문가 얘기도 듣고 그동안 헌법재판소가 내놓은 탄핵 결정문 분석도 해서 탄핵이라는 건 인정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라는 점을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은경 위원=‘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서는 7월 4일자 A5면 <국회의장 “인사 안 하나”…필리버스터 與의원 “인사 받을 행동을”>기사와 7월 5일자 A4면 <與 필리버스터조차 무기력…대놓고 졸고 새벽 10명만 자리 지켜> 기사에서 의원들의 행태를 꼬집었습니다. 그런데 인사를 안 했다거나 졸았다는 내용이 큰 제목에 반영할 만큼 중요한지 의문입니다. 그것보다 필리버스터에서 나온 특검법에 대한 발언들을 요약 정리하는 게 필요했습니다. 7월 9일자 A1면 <경찰, 임성근 ‘무혐의’ 결론…野 “납득 안 돼”>와 A4면 <경찰, “임성근 수중수색 직접 지시 안 해”…일각 “꼬리 자르기”>기사를 보면 납득 안 된다, 꼬리 자르기다 같은 반박이 있는데 구체적 논거는 부족합니다. 추상적인 비판이 아니라 논거를 갖춘 비판을 실어야 합니다.
이준웅 위원=국민의힘 당권 주자 릴레이 인터뷰를 보면 한동훈 후보는 채 상병 특검법 등 이런저런 이슈에 대한 정치적 의견이 주로 반영됐습니다. 반면 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후보는 나온 이유가 뭐냐, 한 후보의 대항마가 되겠느냐 등 정치 게임 논리에 입각한 질문이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7월 6일자 5면 <친윤 “金여사 ‘디올백 사과’ 5차례 전해” 韓 “사과 못할 이유 늘어놔”>기사는 멘트를 한 사람이 많습니다. 여권 관계자나 여당 관계자 같은 식으로만 나오는데, 말을 한 사람의 보다 구체적 위치를 짐작할 수 있는 힌트라도 있었으면 좋았겠습니다.
이은경 위원=7월 8일자 A3면 <한동훈 측 “누가 죽는지 보자”…대통령실 “멋대로 얘기 말라”> 제목은 매우 자극적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한 사람이 ‘한동훈 측 의원’ ‘대통령실 관계자’입니다. 실명도 아닌 익명의 관계자가 말한 자극적 발언을 큰 제목에 뽑는 것은 주의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당 대표 경선 첫 TV토론회를 다룬 7월 10일자 A1면과 A3면 기사는 ‘김 여사 문자’에 대한 공방만 다뤘습니다. 그런데 실제 토론회를 보면 네 후보의 특색과 주장이 드러난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런 부분 대신 ‘문자 공방’만 다룬 것은 아쉬웠습니다.
김 위원장=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대해 동아일보가 비판적 보도를 많이 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민주주의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여야가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현재 여당이 추락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언론이 채찍질을 해야 합니다. 7월 12일자 A1면 <野 탄핵 공세 속 與는 ‘자폭 全大’>는 여당을 꾸짖어 정신 차리게 하는 좋은 기사였습니다. 반면 6월 1일자 4면 <尹 축하난에 ‘버립니다’ 스티커 붙인 조국黨> 기사는 과연 쓸 필요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일부 의원이 선명성을 강조하려 벌이는 일인데 언론이 그런 행위를 광고해 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최 위원=7월 9일자 A2면 <佛 중도-좌파 후보 단일화로 극우 저지…‘공화국 전선’ 빛났다> 기사에서 ‘공화국 전선’은 어떤 정치적 그룹을 뜻하는 것으로 잘못 읽힐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정치 그룹이 아닌 ‘정신’과 ‘가치’를 뜻하는 만큼 프랑스 원어인 ‘프롱 레퓌블리캥’으로만 쓰는 게 좋았을 것입니다. ‘톨레랑스(관용)’라는 말을 원어로 쓰는 것과 비슷합니다. 공화국 정신을 연합해서 극우를 저지했다는 의미를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을 고민했어야 합니다.
이준웅 위원=6월 22일자 12면 <유럽 정치 뒤흔드는 ‘청년 극우’의 부상>은 유럽 젊은이들이 느끼는 불안 요소와 거기에 대한 실용적 해법으로 지지를 받고 있는 극우 정당에 대해 잘 설명한 기사입니다. 7월 10일자 A18면 <英재무 “정부지출 조사” 佛좌파 “연금개혁 취소”> 기사는 새로 집권한 좌파 정당의 앞길이 험난하다는 내용인데 특히 재정 위기가 핵심적 요인이라는 점을 잘 짚었습니다.
이은경 위원=6월 24∼28일자로 나간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시리즈에 나온 불법 사채의 실태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대부업체 등록 때 실사를 의무화하고 자본금 기준을 높이는 등 대부업법과 감독지침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환기시켰습니다. 특히 불법 사채 조직을 와해시킨 일본과 비교해 규제 및 처벌의 구체적 예시를 들어준 것은 아주 좋았습니다. 우리나라도 실천적인 입법 운동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도록 끈질긴 후속 보도가 필요합니다.
최 위원=심층적이고 유익한 기획이라는 점에 공감합니다. 다만 시리즈 제목인 ‘돈의 덫’은 ‘돈은 나쁜 것’이라는 느낌이 있어 어색했습니다. ‘사채의 덫’이나 ‘사채꾼의 덫’이 정확한 것 같습니다. 또 지하철 사당역 승강장에서 시리즈에 대한 광고를 봤는데 신문 기사를 광고한다는 것은 신선한 아이디어였습니다.
김 위원장=6월 17일자 A1, 4, 5면에 나온 조희대 대법원장 인터뷰는 사법부 개선에 대한 고민이 잘 드러난 시의적절한 기사였습니다. 특히 재판 지연과 관련해 판사 수 부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대륙법 중심인 국내 사법체계에 미국식 공판 중심주의를 섣불리 도입해 판사들의 업무가 폭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새로운 사법 제도를 도입하려면 전체적인 체계부터 조정해야 합니다. 동아일보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후속 보도를 해주면 좋겠습니다.
〈독자위원회 참석자〉
● 위원장
● 위원
이은경 법무법인 산지 대표 변호사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최은봉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 사회
김준석 편집국 심의연구팀장
정리=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