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은 국내 첫 개인전, 내달 3일까지
개인전 ‘최소침습’에서 전시되고 있는 아침 김조은의 작품 ‘Unshoved(빼내다, 내 목에서 뼈를 꺼내는 엄마 위 생선요리)’. 글래드스톤 제공
미국, 멕시코에서 전시를 열었지만 한국에서는 이번이 처음인 아침 김조은의 개인전 ‘최소침습’에는 두 겹으로 된 비단 그림이 있다. ‘Unshoved(빼내다, 내 목에서 뼈를 꺼내는 엄마 위 생선요리)’라는 제목의 그림 위 겹에는 생선 요리가, 아래 겹에는 딸의 목에 걸린 생선 가시를 빼주는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11일 전시가 열리는 서울 강남구 글래드스톤에서 만난 작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밥을 먹는데 목에 피가 날 정도로 생선 가시가 박혔어요. 아빠는 ‘밥을 꿀떡 삼켜’라고만 하는데, 엄마가 망설임 없이 제 입에 손을 넣고 가시를 뺐고 그 기억이 강렬하게 남았어요. 딸에게 엄마는 경계 없는 사랑을 베풀지만 그게 때로 괴로운, 미묘한 관계잖아요.”
이 작품의 아래 겹 그림은 202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개인전에서 선보인 ‘사자굴’ 연작의 일부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가족의 고통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하고, 빚쟁이가 아버지를 찾겠다고 우유 구멍으로 손을 집어넣는 극한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실에서 보내며 파티나 개막식에도 잘 가지 않는 ‘내향인’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삶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과 섬세함이 묻은 전시에 대한 입소문으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치렀다. 한국에서의 첫 전시 소감을 묻자 그는 “지금도 한국에 오면 꼭 고속터미널역에 있는 한가람문고를 가는데, 어릴 때는 주저하며 샀던 비싼 전문가용 붓을 한 꾸러미 사는 순간에야 실감이 났다”며 웃었다.
이번 전시 제목은 ‘최소한으로 자신을 드러내길 바라며 누군가의 기억엔 강렬하게 남고 싶어 하는’ 아이러니한 사람들의 인생 철학을 담았다. 최근 만든 작품들을 전시하는데, ‘사자굴’ 연작처럼 개인사를 직접 이야기하기보다 느낌과 감정을 담은 것이 많다. 전시장에서는 액자를 벽에서 살짝 띄우거나, 다른 느낌의 천을 겹치고, 왼쪽 오른쪽을 함께 그리는 등 어느 쪽으로도 결정 짓지 않으려는 연출이 돋보인다. 이에 대해 그는 “작품과 전시를 ‘초고’ 상태로 두기를 좋아한다”며 “오늘의 나보다 미래의 내가 더 나은 사람일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 달 3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