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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반 163경기 989이닝…“굿바이 켈리” 팬도 하늘도 울었다

입력 | 2024-07-22 03:00:00

LG 최장수 외국선수 눈물의 고별전
“잠실 마운드 한번 더” 마지막 소원
20일 등판… 우천 ‘노게임’ 아쉬움
켈리 “한국 생활, 평생 잊지 못할것”… LG, 노게임 8분만에 새 선수 발표





긴 머리카락과 덥수룩한 수염이 트레이드 마크인 켈리는 팀을 구원하는 존재라는 뜻으로 LG 팬 사이에서 ‘잠실 예수’로 불렸다. LG 트윈스 제공

팬들이 괜히 ‘잠실 예수’라고 하는 게 아니었다. ‘LG를 떠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켈리(35)의 마지막 소원은 ‘안방 구장 잠실 마운드에 한 번 더 오르는 것’이었다. 켈리는 “직전 등판이 (14일) 대전 방문경기였기 때문에 안방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켈리는 소원대로 20일 프로야구 안방경기에서 ‘한 지붕 두 가족’ 두산을 상대로 선발 등판했다. 켈리가 1, 2회를 무실점으로 막는 사이 동료들이 6점을 ‘작별 선물’로 안겼다. 그러나 3회초부터 빗줄기가 굵어지는 바람에 켈리의 고별전은 결국 ‘노게임’이 되고 말았다. 비 때문에 경기가 1시간 넘게 중단된 상황에도 켈리는 불펜에서 계속 몸을 풀며 마운드에 올라갈 준비를 했다.

켈리는 2019년 2월 11일 호주 스프링캠프 때 처음 팀에 합류한 뒤 1986일(5년 5개월 9일) 동안 LG 유니폼을 입었다. LG 구단 역사상 ‘최장수’ 외국인 선수가 켈리다. 또 현재 프로야구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 가운데도 켈리보다 한국 무대에서 오래 뛴 선수는 없다.

한국에서 다섯 시즌 반을 뛴 켈리는 정규리그 163경기에 등판해 989와 3분의 1이닝을 던지면서 73승 46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했다. 이 기간 프로야구 10개 구단 내·외국인 선수를 통틀어 켈리보다 많이 던진 투수도, 켈리보다 많이 이긴 투수도 없다.

켈리는 ‘가을야구’ 때 더 빛을 발하는 ‘빅 게임 피처’이기도 했다. 켈리는 포스트시즌 8경기에서 47과 3분의 2이닝을 평균자책점 2.08로 막으면서 4승 1패를 남겼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 때 6과 3분의 1이닝 2실점(1자책점)을 기록하고도 패전 투수가 됐지만 5차전 때는 5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승리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LG 외국인 투수가 한국시리즈에서 승리 투수가 된 것도 켈리가 처음이었다.

한국 팬들에게 큰절 프로야구 LG에서 5년 반 동안 활약하면서 이 팀 역사상 ‘최장수’ 외국인 선수 기록을 남긴 켈리가 20일 안방인 서울 잠실구장에서 마지막 등판을 마친 뒤 팬들을 향해 큰절을 올리고 있다. LG 트윈스 제공

켈리는 “한국에서 지낸 5년 반은 평생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특히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챔피언 자리를 확정한 지난해 5차전에 나가서 던지고 승리할 수 있었던 건 크나큰 영광이었다”면서 “팬과 동료들 기억 속에 팀을 위해 나를 아끼지 않았던 ‘팀 플레이어’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켈리는 지난해까지 5년 통산 평균자책점 3.08을 기록한 투수였다. 올해는 이 기록이 4.51까지 올랐다. 속구 평균 시속도 2022년 이후 △145.4km △144.7km △142.5km로 해마다 내려오고 있었다. LG는 한국시리즈 2연패에 도전하려면 제1 선발 자리에 더욱 강한 투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LG는 노게임 선언 후 8분이 지나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29·베네수엘라)와 44만 달러(약 6억1200만 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에르난데스는 올해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9경기 출전 기록이 있다. 염경엽 LG 감독은 “에르난데스는 공 회전수가 굉장히 좋고 좌우 코너를 잘 활용하는 투수”라고 소개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