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가격이 슬금슬금 오르며 ‘불장’ 조짐을 보이지만 지방 주택시장은 여전히 냉기가 돈다. 최근 전국 아파트 평균 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서울 아파트 한 채(12억9967만 원) 가격이 지방 아파트 3.7채 값이다. 10년 전만 해도 지방 아파트 두 채면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었다. ‘서울 입성’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서울과 지방 부동산의 ‘초양극화’ 현상은 분양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5월 말 기준 1만3230채로 최근 10년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방이 80%를 차지한다. 공사가 끝난 뒤 사용 승인이 나고도 안 팔린 아파트를 떠안은 건설사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조달한 자금을 갚을 수 없다.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산이라도 하면 가뜩이나 침체된 지역 경제에 이런 악재가 없다. 올해 상반기 부도를 맞은 건설사는 20곳으로 이미 지난해 1년 치 수준과 맞먹는다.
▷도산 위기에 직면한 지방 중소 건설사들은 원금 보장, 할인 분양 등 ‘미분양 떨이’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전국 시도에서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대구의 경우 전체 분양가의 15%를 깎아주고 2500만 원을 환급해 준다는 아파트가 등장했다. 이 아파트는 입주 2년 후 시세가 떨어지면 원래 매입 가격에 다시 사 주겠다는 약속도 내걸었다. 기존에 분양받은 입주민들과의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 할인 가격에 분양받은 입주민의 이사를 막으려고 정문을 지키거나 아예 철조망을 두른 곳도 있다. 할인 분양받은 입주민에게는 관리비를 비싸게 물리기도 한다.
▷최근 서울의 똘똘한 1채로 투자 쏠림이 더욱 심해지면서 지방 건설업 생태계는 무너지기 직전이다. 지방 곳곳에 철근을 드러낸 채 공사가 멈추거나 입주가 지연되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자금력이 달리는 지방 중소 건설사와 그 협력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해 있고 인근 상권들도 맥을 못추고 있다. 서울과 지방 주택 시장의 초양극화가 심화하면 지방의 박탈감이 커지고 지방 소멸은 가속화할 우려가 크다.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정책을 달리 쓰는 세심함이 필요한 시기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