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윤 대통령과 함께 관용차에서 내리고 있다. 2024.6.10/뉴스1
서울중앙지검이 20일 오후부터 검찰청사가 아닌 서울 모처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디올백 수수 의혹에 대해 약 12시간 동안 김건희 여사를 대면 조사했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 부인의 검찰 대면 조사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원석 검찰총장과 대검은 사전에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김 여사 조사가 끝날 즈음에야 사후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검찰의 이번 대면 조사는 2020년 4월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지 4년 3개월 만에 이뤄졌다. 일반인이었으면 검찰 소환을 이렇게 오랫동안 피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늑장 조사도 유감이지만 김 여사를 조사한 방식이 적절했는지도 의문이다. 검찰의 소환 조사는 청사 내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수사팀은 “경호와 안전상의 이유”를 대며 제3의 장소를 선택했다. ‘특혜도 성역도 없는 수사’ 맞나. 현직 대통령 부인이 온갖 의혹으로 구설에 오르는 것 자체가 면목 없는 일이다.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 도리 아닌가.
검찰이 주요 인사를 수사하면서 총장 승인을 건너뛴 것도 초유의 일이다. 수사팀은 김 여사 측이 처음엔 도이치 의혹에 한해 조사를 받겠다고 해서 수사지휘권이 없는 총장에게 사전 보고를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제3의 장소에서 몰래 소환은 안 된다’고 거듭 당부했다는 총장을 ‘패싱’한 것에 대한 변명으로 들린다. 이 사건과 무관한 총장의 수사지휘권 배제를 방치하는 것 자체도 문제다. 김 여사 수사팀이 올 5월 이 총장을 건너뛰고 단행된 인사에서 새로 구성된 터라 의구심을 키운다. 당시 이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에 명품백 수사 전담팀을 구성해 5월 중 수사를 마무리하라고 했다. 그런데 직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교체되더니 불과 엿새 만에 김 여사 수사 지휘부가 바뀌었다. 이 총장은 주변에 “중앙지검 해명이 졸렬하다” “저렇게 사건이 종결된다고 (국민이) 믿겠나”라고 토로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