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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강화前 막차 타자” 5대銀 가계대출 연간목표 이미 초과

입력 | 2024-07-22 03:00:00

금리 인하속 수도권 주택거래 증가
가계대출 이달에만 3.6조 증가
규제 미뤘던 당국, 대출점검 나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지적





이달 들어서만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가계대출이 3조6000억 원 넘게 증가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가운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도입 시점까지 9월로 2개월이나 돌연 미뤄지면서 ‘대출 막차 타기’에 나선 아파트 실수요자들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권을 점검하기 시작했지만 이를 두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란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 이달에만 주담대 3.8조 원 증가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18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12조1841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3조6118억 원 늘었다. 신용대출은 소폭 줄어들었으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전월 말보다 3조7991억 원 불어나며 가계대출 상승을 부추겼다.

주담대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총 16조1629억 원 증가했다. 이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이 5대 은행에서 받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12조5000억 원)보다 29.3% 많은 수준이다. 6개월 만에 시중은행의 한 해 목표 대출 증가액을 초과하게 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의 가장 큰 이유로 수도권 주택 거래량 증가 및 대출금리 인하 등을 지목하고 있다. 조수연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연내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최근 주택 거래량이 증가한 점이 수도권 주택 가격의 추세 반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급증에 놀란 금융 당국이 은행들에 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일선 대출 창구에선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하반기(7∼12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시장금리가 워낙 하락세라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아무리 높여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고정금리 하단은 2%대 후반까지 낮아진 상태다.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이 당초 7월에서 9월로 두 달 미뤄진 점도 실수요자들의 매수 수요를 자극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국이 스트레스 DSR 도입 시점을 예고도 없이 연기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자초했다”며 “전세대출을 DSR에 포함시키는 방안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현재 시장 상황에서 아파트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가 꺾이긴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 영끌족 급증하며 가계빚 끌어올려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면서 은행 대출을 받아 핵심 지역 아파트를 매수하는 ‘영끌’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가계빚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내년 2월 결혼을 준비 중인 직장인 윤모 씨(33)는 최근 서울 마포구 소재 아파트를 약 9억 원에 구입했다. 대출금리가 낮아져 상환 부담이 줄어든 데다 전세 가격도 1년 넘게 오름세여서 매수할 시점이라 판단했다. 그는 “당분간 서울 아파트 신규 공급이 적다는 얘기가 많은데, 전셋값까지 상승하고 있어 마음이 불안했다”며 “예비 신부와 대출을 최대한 많이 받아서 집을 사기로 합의하고 급매 물건을 잡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 집값은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17주 연속,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9주 연속 상승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의 주간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8% 오르며 상승 폭이 5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또 직방에 따르면 서울 등 수도권 위주로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중 신고가 거래 비중은 9.3%로 올해 1월보다 1.0%포인트 높아졌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5807건(이달 18일 기준) 중 가격이 직전 거래 대비 1% 이상 오른 ‘상승 거래’ 비율은 49.6%(2882건)로 올 1월보다 11%포인트 증가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