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중단비율 2%… 3년새 2배로
학부모 김성희(가명) 씨는 21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요즘 학교를 자퇴시켜 달라는 고교 2학년생 아들 때문에 고민이 크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상륙한 2020년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은 비대면 수업이 익숙한 이른바 ‘코로나 세대’다.
마스크를 쓴 채로 등교와 원격수업을 반복하며 중학생 시절을 보낸 아들은 대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지난해 고등학교 진학 후엔 학업마저 포기했다. 결국 1학기 기말고사를 마친 후 “학교를 그만두는 친구들이 많다”며 자퇴를 결심했다.
“코로나때 중학생들, 학력저하-대면생활 부담… 고교 자퇴 늘어”
학교 떠나는 코로나 세대
규칙-대면생활 공백 커 큰 어려움… 학력격차 직접 확인하고 충격도
“졸업은 필수” 인식도 약해져… 학부모 동의땐 학교도 잘 못말려
규칙-대면생활 공백 커 큰 어려움… 학력격차 직접 확인하고 충격도
“졸업은 필수” 인식도 약해져… 학부모 동의땐 학교도 잘 못말려
● “학교 꼭 졸업” 인식 바뀌어
코로나19가 학업 중단의 장벽을 낮춘 영향도 있다고 한다. 학교에 안 가거나 수업을 안 들어본 경험이 축적돼 있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가 과거에 비해 ‘자퇴자’ 또는 ‘중퇴자’가 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 고교 교사는 “팬데믹이 ‘학교는 꼭 졸업해야 한다’는 인식을 바꾸는 것에 일조했다. 온라인 비대면 학습을 많이 하다 보니 굳이 학교에 안 가더라도 원격으로 공부해 검정고시를 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기 정신적 문제가 악화된 경우도 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학생들이 팬데믹 시기 외부 접촉이 단절된 영향인지 몰라도 대면하는 것 자체를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워한다”며 “우울증 때문에 치료를 받거나 자퇴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했다.
● 강남 고교선 3년간 10% 이상 이탈
학업 중단이 늘어나는 건 전국적인 현상이다. 2020년만 해도 17개 시도에서 학업 중단 학생 비율이 2%를 넘는 곳은 한 곳도 없었지만 2021년 1곳, 2022년 6곳, 2023년 11곳으로 급증했다. 서울 내에선 지난해 일반고 1학년을 기준으로 강남구와 서초구의 학업 중단 비율이 각각 4.5%, 4.3%로 높았다. 3년 동안 누적으로 보면 학생의 10% 이상이 학교를 떠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 역시 자퇴하려는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2013년부터 학업중단 숙려제를 도입하고 상담 등을 통해 신중하게 자퇴를 결정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에만 숙려 기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보니 학생이 거부해 바로 자퇴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 고교 교사는 “학부모가 ‘자퇴에 동의했다’고 하면 교사로선 더 이상 말릴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무리하게 설득하려다가 교권 침해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형식적으로만 말리는 경우도 있다.
학교에선 학업 중단과 동시에 해당 학생을 더 이상 관리하지 않는다. 서울 고교 교사는 “일단 학교를 나가고 나면 검정고시를 봤는지, 대안학교로 갔는지, 학원으로 갔는지 알 길이 없다”며 “코로나19로 사회성이 떨어지고 심리적으로 무너진 학생들이 많은데 학교라는 울타리조차 없이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스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