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후보에서 자진사퇴했다. 대선 TV토론 참패로 건강 상태에 대한 불신이 커진 가운데 사퇴를 촉구하는 민주당 내 압박과 후원자 이탈 및 지지율 하락에 대선 중도 하차를 선언한 것이다. 린든 존슨 전 대통령 이후 56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면서 108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은 대혼란에 빠져들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X에 올린 편지를 통해 “재선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대선후보에서 하차한다”며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가장 이익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지난해 4월 공식 출사표를 던진 지 1년 3개월 만에 재선 도전을 포기한 것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친애하는 미국 국민 여러분’으로 시작된 서한에서 “지난 3년 반 동안 우리는 국가로서 큰 진전을 이루었다”며 강력한 경제, 저렴한 의료서비스, 재향군인을 위한 긴급치료, 총기 안전법 통과,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대법관 임명, 기후법안 통과 등 재임 중 공로를 언급했다. 또 팬데믹과 경제위기 극복, 민주주의의 보존과 전 세계와의 동맹 강화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지금보다 더 나은 지금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었던 적이 없다”며 “이 모든 것은 미국 국민 여러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분의 대통령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영광이었다”며 “이번 주 후반에 국민 여러분께 저의 결정에 대해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다”고 전했다. 이어 “재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표한다”며 “특별한 파트너가 돼 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함께하면 불가능은 없다”며 “우리는 미합중국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는 강조로 편지를 맺었다.
대선 완주 의사를 밝히던 바이든 대통령이 결국 재선 도전 중단을 선언한 것은 민주당 안팎의 자진 사퇴를 요구가 커진데다 고령 우려에 따른 급격한 민심 이탈이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특히 최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핵심 원로그룹에서 분명한 사퇴 촉구 메시지가 나오면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은 다음 달 19~22일 열릴 예정인 전당대회까지 새 대선 후보 선출을 놓고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직후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퇴 선언문을 올린 직후 또 다시 X(옛 트위터)에 게시한 글에서 “2020년 당 후보로서 카멀라 해리스를 부통령으로 선택한 것은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언급하며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의 후보가 되는 것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