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및 소극장 학전을 33년 동안 운영해 온 김민기 대표. 학전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으로 꼽힌 학전을 33년간 운영해 온 가수 김민기가 21일 별세하자 정치, 문화, 예술 등 각계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동숭동 학림다방에서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며 “그 열정이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고 애도했다. 윤 대통령은 “역사는 선생님을 예술과 세상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지닌 영원한 청년으로 기억할 것”이라며 “참 많은 것을 남겨주셨다. 당연한 것을 새롭게 보려는 ‘순수한 열정’으로 세상을 더 밝게 만들었다. 편히 영면하시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어린이를 사랑하셨던 선생님의 뜻이 ‘아르코꿈밭극장’에서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날 “‘상록수보다 푸르고, 아침이슬보다 맑은’ 김민기”라며 “멀리 떠나셨지만, 우리들 가슴 속에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그를 애도했다. 그러면서 “한국 대중문화계를 이끌며 국민들과 예술인들로부터 큰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분, 엄혹한 시대에 끝없는 고초 속에서도 민주주의의 열망과 함께 영원한 청년 정신을 심어줬던 분”이라고 고인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그의 노래와 공연은 역경과 혼돈의 시대를 걷는 민중들에게 희망이었고 위로였다”며 “그는 음악으로 세상을 바꿨다”고 전했다.
폐관 하루 앞이자 마지막 공연일인 지난 3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으로 관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학전은 이날 저녁 7시 ‘학전, 어게인 콘서트’ 제20회 공연을 마지막으로 33년간의 여정을 끝냈다. 2024.3.14/뉴스1
김민기를 추억하는 후배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가수 이적은 그를 “나의 영웅”이라 칭하며 “하늘 나라에서 맥주 한 잔 하시며 평안하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듀오 더 클래식의 김광진은 “대학 시절 저희의 많은 부분을 이끌어 주신 음악들 감사드린다”며 “많은 것을 배우고 싶은 분이었다. 음악도 삶도, 저희한테 주셨던 따듯한 격려도 기억한다”고 전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도 “역경과 성장의 혼돈의 시대, 대한민국에 음악을 통해 청년 정신을 심어줬던 김민기 선배에게 마음 깊이 존경을 표하며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뉴스1
1951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김민기는 '아침이슬’ ‘꽃 피우는 아이’ '상록수’ 등 숱한 명곡을 남겼다. 뮤지컬 등의 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1991년부터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설립해 많은 예술인을 양성했다. 박학기, 동물원, 들국화 등의 가수들이 학전에서 활동했다. 황정민, 설경구, 조승우, 김윤석 등 배우들도 학전에서 연기를 펼쳤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