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들(왼쪽부터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이 새 지도부를 뽑는 7·23 전당대회를 앞둔 21일 전국 각지역에서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섰다. 2024.7.21 뉴스1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7·23 전당대회 투표율이 직전 전당대회보다 7%p 가량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당대회 레이스 과정에서 각종 의혹 제기와 비방에 염증을 느낀 당원들이 결국 투표하지 않은 거란 해석이 나온다.
낮은 투표율에 대한 캠프별 유불리 판단은 엇갈린다. 한동훈 당대표 후보 측은 “1차 투표 과반 득표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고, 원희룡·나경원 후보 측은 “한 후보 측 지지자가 이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22일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투표 마지막 날인 이날 오후 12시 기준 84만 1614명 중 39만 5992명이 투표해 투표율은 47.0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8 전당대회 투표 마지막 날 오후 1시 투표율 54%보다 6.95%p 낮은 수치다.
저조한 투표율을 두고 나 후보와 원 후보 캠프는 “한 후보 지지층이 이탈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통상적으로 원내·외 당협위원장들이 각 당협 조직을 통해 표를 몰아주는 ‘조직표’는 무조건 투표장에 나온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즉 저조한 투표율은 한 후보 지지자가 투표하지 않은 것을 의미하고, 친윤(친윤석열계)이 동원한 조직표의 영향력이 이번 선거에서 커졌단 주장이다.
특히 이들은 한 후보가 방송 토론회 막바지에 ‘패스트트랙 공소 취하 청탁’ 폭로를 한 것이 한 후보 지지층 이탈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2019년 발생한 패스트트랙 사건은 문재인 정부의 야당 탄압에 당이 저항하다 무더기 기소됐다는 당원들의 공감대가 있어, 한 후보에게 실망한 지지층이 결국 투표하지 않았을 거라는 분석이다.
나 후보 캠프와 원 후보 캠프는 모두 결선에 갈 확률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나 후보 측 관계자는 “한 후보에 대한 검증에 물음표를 찍은 분들의 이탈표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결선 갈 확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원 후보 측 관계자도 “법무부 장관 시절 한 후보의 이미지만 알고 지지했던 분들이 우리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모습들을 보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후보 캠프 측은 직전 전당대회보다 낮아진 투표율이 오히려 약해진 조직표의 위력을 반증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전당대회는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을 가질 당대표를 뽑는 선거였던 만큼 조직 선거가 격화했고, 그 결과 친윤 조직표가 많이 동원돼 투표율이 높았단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 투표율이 낮아진 건 그런 친윤 조직표가 많이 빠진 결과란 주장이다.
실제로 대통령선거 전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를 선출한 2021년 2차 전당대회와 총선 전 공천권을 가질 대표를 선출한 지난해 3차 전당대회와 달리, 이번 전당대회에서 뽑힐 당대표에겐 큰 권한이 없다. 이번 당대표는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을 가지게 되지만 대권주자인 한 후보와 원 후보 모두 대선 출마를 위해선 내년 9월에 당대표직을 내려놔야 해서 사실상 공천권이 없는 셈이다. 원내·외 당협위원장들이 특정 후보에게 힘을 싣는 조직표가 쏠릴 만한 유인 요소가 없었단 지적이 나온다.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김기현 전 대표가 투표율이 50%를 넘을지 안 넘을지에 사활을 건 데다가 그가 당대표가 되면 공천권을 가지게 되는 만큼, 당협별로 몇 %의 투표를 했는지와 관련해 조직 경쟁이 엄청났다”며 “이번엔 그런 식의 투표 동력은 없었기 때문에 투표율이 지난해만큼 높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세 후보 캠프 모두 낮은 투표율과 관련해 ‘네거티브 선거’가 영향을 미쳤을 거란 데엔 한목소리를 냈다. 대권 잠룡인 후보들이 맞붙어 흥행이 예상된 전당대회가 상대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와 비방으로 얼룩진 ‘자폭 전대’가 되는 걸 보면서 당원들이 투표하지 않았단 비판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