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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한 韓 여성, 둘 줄 한 명은 일 그만둔다…“모성 페널티 여전”

입력 | 2024-07-22 15:32:00


출산 후 일자리가 있는 여성 두 명 중 한 명꼴로 일을 그만둔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민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지난 17일 발간한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환경’ 보고서는 1998~2021년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를 토대로 결혼과 출산이 근로자의 노동시장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결혼과 출산이 임금소득·고용률·근로시간·시간당 임금 등 노동시장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성별에 따라 상당 수준 차이가 났다.

남성의 경우 결혼과 출산 전후로 고용률과 근로시간의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으나 여성의 경우 임금소득과 고용률이 상당 폭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고용률 결혼 페널티는 결혼 직후부터 4년까지 단기로는 39%, 결혼 5년 후부터 10년까지 장기로는 49.4%까지 차이 났다.

결혼하기 전에 일하던 여성 10명 중 4명이 결혼 후 5년 이내에 직장을 그만두는 등 일을 하지 않았고, 10년 후에는 여성 10명 중 절반이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금소득의 경우 결혼 페널티가 단기 39.7%, 장기 6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출산 이후에는 단기가 출산 이후에는 단기가 49.3%, 장기 페널티가 63.3%으로 집계됐다. 결혼과 출산 이후 고용률이 급감하며 전체 여성의 임금소득도 함께 줄어든다는 의미다.

결혼·출산 이후 고용이 유지된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한 근로시간은 단기와 장기 모두 5~6%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이 유지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시간당 임금’의 경우 결혼·출산 이후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소폭 늘었으나 장기적으로는 15%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김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고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는 여성보다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는 여성이 일자리를 더 많이 떠났기 때문”이라며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저임금 일자리 위주로 회복되면서, 장기 페널티가 상당히 증가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5개국(영국·오스트리아·독일·스웨덴·덴마크)과 비교한 우리나라의 모성 페널티는 단기에선 차이가 크지 않으나 장기적으로는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48.1%, 영국 43.7%, 미국 42.6%, 독일 29.7%, 오스트리아 27.2%, 덴마크 12.5%, 스웨덴 5.2% 순이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은 모성 페널티가 장기간 지속되고, 시간당 임금이나 근로시간 측면보다는 고용률 측면에서 페널티가 컸다”며 “이런 결과는 노동시장에서 결혼·출산 이후 근로자가 가사·육아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된 경우, 근로시간이나 임금을 유연하게 조정할 여지가 없어 노동시장 이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향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자리를 포기할 필요 없이 근로시간이나 임금을 조정해 육아와 경력 형성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선택지가 필요하다”며 “근로시간 압박이나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여전히 공고하게 존재하는 육아와 가사가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며 “근본적으로는 출산·육아기 근로자뿐만 아니라 모든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노동시장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