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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해군과 정비협약”… K조선, 20조 시장 본격 진출

입력 | 2024-07-23 03:00:00

HD현대-한화오션 ‘인증요건’ 획득
HD현대, 구축함 건조 기술력 입증
한화오션, 美조선소 인수 현지 건조
美조선업 붕괴… 시장 선점경쟁 치열





조선 라이벌 HD현대와 한화오션이 미 해군 함정 유지·정비·보수(MRO)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양사 모두 이번 달 함정 정비를 위한 사전 인증요건을 미 정부로부터 획득하며 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연간 약 20조 원 규모의 미 MRO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양사의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 시절 건조한 이지스 구축함 ‘율곡이이함’.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MSRA는 미 함정의 유지 보수와 정비를 위해 미 정부와 민간 조선업체가 체결하는 협약이다. 미 MRO 사업 참여를 위해선 미 해군의 심사를 거쳐 MSRA를 사전에 체결해야 한다. HD현대는 9일 국내 최초로 MSRA를 체결한 바 있다. 양사는 앞으로 5년간 미 전투함, 지원함 등의 MRO 사업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577억6000만 달러(약 80조 원)에 이른다. 이 중 미 해군의 MRO 규모만 연간 약 20조 원 규모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함정 시장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인식을 (업계에서) 공유하고 있다”며 “HD현대, 한화오션 모두 함정 수출 산업화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가장 두드러진 것이 미 MRO 시장”이라고 말했다.

HD현대가 건조해 2024년 말 한국 해군에 인도 예정인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 HD현대 제공

HD현대는 강점으로 ‘기술력’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 해군 최초의 이지스함 ‘세종대왕함’을 비롯해 정부가 발주한 이지스 구축함 6척 중 5척을 수주했다. HD현대 관계자는 “HD현대에서 만든 이지스 구축함이 미국의 이지스함과 거의 사양이 비슷하다”며 “수리를 하려면 수리 대상 선박을 직접 건조하거나 연구개발한 역량이나 노하우가 중요한데, HD현대는 그 점에서 강하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국내 기업 최초로 미 조선업에 진출했다는 기록을 갖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미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 지분 100%(한화오션 40%, 한화시스템 60%)를 인수했다. 1920년 제정된 미 ‘존스법’에 따르면 미국에서 만든 선박만이 미국 내에서 운용할 수 있는데, 한화는 이번 인수를 통해 미국 내에서 선박을 건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가 보유한 독(dock)은 미국 함정 시장 진입 시 함정 건조 및 MRO 수행을 위한 사업장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의 경우 자국 조선업이 쇠락해 해군의 수요 대비 함정 공급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중국의 조선업 규모가 미국의 약 230배라는 평가가 있다”며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통해 중국 조선업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군과 MSRA를 체결한 업체는 서태평양 지역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는 미 7함대 기준으로 한국, 일본, 인도, 필리핀, 싱가포르 등 7개국 15개 기업이다. 한국의 강점은 ‘가성비’와 ‘기술력’이다. 국내 조선업체 관계자는 “정확하게 납기를 지킬 수 있는 공정관리능력과 경쟁력 있는 가격이 MRO 시장에서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재집권하더라도 미국의 MRO 시장 해외 개방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장 연구위원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의 대중국 함정 경쟁력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계속해서 나오는 만큼, 트럼프가 재집권하더라도 MRO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