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4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조기 총선에선 노동당이 집권당인 보수당을 크게 누르고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했습니다. 노동당 내각이 구성되며 새 부총리에 임명된 앤절라 레이너(44·사진) 역시 화제가 됐습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입지전적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레이너 부총리는 인생 대부분을 실직 상태로 보낸 아버지와 조울증으로 일상이 어려운 어머니 밑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언젠가 그는 “어머니가 글을 읽고 쓸 줄을 몰라 집에 책이 없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레이너 부총리 역시 16세가 되던 해 덜컥 임신했고, 학교를 그만두게 됐습니다. 당시에 그는 주변으로부터 “아무것도 되지 못할 것”이란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아이를 낳고 돈을 벌어야 했던 그는 노동당 정부가 운영하던 저소득층 복지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대학을 졸업해 요양보호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레이너 부총리는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노조 간부로 활동하면서 열악한 처우 개선과 권익 증진에 앞장서다가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2020년 그는 노동당 부대표로 선출됐습니다. 노동계급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레이너 부총리는 카리스마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또 솔직한 발언들을 쏟아내 당 내외에서 높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사실 영국 정치권은 엘리트주의가 팽배한 곳입니다. 이런 곳에서 자신의 어려운 과거를 딛고 정부의 2인자에까지 올라선 레이너 부총리는 강인한 정치인입니다. 이 때문에 레이너 부총리의 탄생은 영국 내에서 노동계급의 목소리가 좀 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레이너 부총리는 지금도 자신이 노동자 출신이란 점을 숨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연설문도 매끄럽게 수정하자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거부합니다. “잘못된 문법을 쓰는 것도 나 자신”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레이너 부총리를 보면 영국에서 오랜만에 신선한 정치인이 배출됐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