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비용 부담해 질병 전염 막고 집단면역 형성 ‘긍정적 효과’ 누려 폐수-배기가스로 환경 오염되면 세금 부과해 ‘부정적 효과’ 완화 ‘외부 효과’ 따라 정부 정책 결정
외부 효과에는 긍정적 외부 효과와 부정적 외부 효과가 있는데 정부는 개입을 통해 긍정적 외부 효과를 발생시키는 행동은 보조금 등으로 독려하고, 부정적 외부 효과를 발생시키는 행동은 세금 부과로 억제시킨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포한 감염병은 1968년 홍콩독감과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총 3개뿐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감염사례가 처음 발견된 뒤 불과 3개월 만에 팬데믹으로 격상됐고 무서운 전염력에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팬데믹 기간 저는 코로나19 백신을 두 차례 맞았지만 감염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감염 초기 이틀 동안 고열에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목소리가 안 나와 전화 통화도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감염을 피하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병세가 속수무책으로 악화되지 않은 것은 ‘코로나19 백신 무료 예방접종’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바로 ‘필수 예방접종은 왜 무료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제약사들이 각국에 백신을 무료로 기부하진 않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역시 정부가 높은 비용을 제약회사에 지불했죠. 그럼 정부는 왜 그 비용을 지불할까요? 시장 원리에 맡겨두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해결되도록 놓아두면 안 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어렵습니다. ‘부당이득 반환소송’이나 ‘손해배상 청구소송’ 같은 법적 수단을 동원해도 쉽지 않겠지만 시장 원리로는 더더욱 병팔이의 기쁨이나 슬픔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또 병팔이의 기쁨이나 슬픔은 당사자인 갑숙이와 을순이의 거래에도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병팔이가 덤으로 기쁨을 누린다고 해서 을순이가 값을 더 올려 받으려 하지도 않을 것이고, 병팔이가 곤경에 처했다고 갑숙이가 가격을 깎으려 하지도 않을 겁니다. 병팔이의 기쁨이나 슬픔은 갑숙이와 을순이의 가격 흥정이나 거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외부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경제학에선 이를 ‘외부 효과’ 또는 ‘외부성’이라고 부릅니다.
외부 효과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환경오염입니다. 공장 폐수나 자동차의 배기가스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시장 원리에만 맡길 경우 시장 가격은 제3자가 떠안는 불이익에 대한 고려 없이 결정되고 맙니다. 이에 따라 자동차는 저렴하게 생산되고 많이 팔리게 될 겁니다. 그런데 자동차가 몇 대 안 될 때는 대기의 자정 능력 덕분에 사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동차가 급증하면 대기 오염도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호흡기 질환자가 늘어나고 농축산업에도 피해가 속출할 겁니다. 이처럼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생산하고 소비하면 당사자는 큰 이익을 보겠지만 그 피해에 대한 복구비용은 모두가 떠안게 되는 부당함이 발생합니다.
이런 부당함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피구세’입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피구(Pigou)가 창안한 세금 제도라 이 같은 이름이 붙었는데, 이는 부정적 외부효과가 발생하는 시장 거래에 정부가 개입해 당사자인 생산자나 소비자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외부효과를 완화하는 것입니다. 국내에선 내연기관 자동차뿐 아니라 연료를 구입할 때도 부가가치세 외에 교통세, 환경세 등 피구세 성격의 다양한 세금이 붙습니다. 이를 통해 자동차와 연료 소비를 줄여 외부 효과를 완화하려 하는 것입니다.
긍정적 외부 효과도 있습니다. 처음 사례로 들었던 예방접종이 대표적입니다. 정부의 무료 예방접종 정책으로 예방 접종을 받은 사람이 많아지면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제3자도 감염 확률이 낮아지면서 그 혜택을 보게 됩니다. 반면 예방접종을 시장에 맡길 경우 제약사는 새 백신 개발에 투입한 천문학적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백신을 매우 비싼 가격으로 출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백신은 특권층의 전유물이 되거나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애물단지가 될 수 있습니다.
외부효과
어떤 시장 참여자의 경제적 행위가 제 3자에게 의도하지 않은 편익이나 손해를 가져다주는데 아무런 대가를 받지도, 지불하지도 않는 현상.
이철욱 광양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