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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날까지 與 ‘자폭 전대’… 당내 “누가 돼도 통합 쉽지 않을 듯”

입력 | 2024-07-22 19:51:00


윤상현(왼쪽부터), 나경원,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패스트트랙 재판’에 연루된 전·현직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나경원 캠프 제공) 2024.7.22/뉴스1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를 뽑는 7·23전당대회 투표 마지막 날까지 당권주자들은 보수 쇄신 대신 상대 비판에 몰두하는 ‘자폭 전대’ 양상을 벌였다.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후보는 23일 1차 투표에서 한동훈 후보의 과반을 저지하고 결선 투표로 가기 위해 한 후보의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의 공소 취소 부탁’ 폭로와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발의 등을 고리로 집중 공세를 이어갔다. 세 후보는 22일 저녁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받는 전·현직 의원 등과 함께 만찬 회동을 가져 일각에선 ‘결선 대비용’ 모임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현역 의원 중에는 이만희 의원이 참석했고, 찐윤(진짜 친윤) 이철규, 친윤 핵심 윤한홍 의원은 불참했다. 한 후보 측은 “제3자를 대리해 청탁했다면 법률적으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며 나 후보의 공소 취소 요구가 ‘개인적 차원 청탁’임을 굽히지 않았다.

이날 전당대회 최종 투표율이 48.51%를 기록했다. 지난해 3·8 전당대회 때(55.10%)보다 6.59%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자폭 전대 실망감에 투표율이 낮아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당내에선 “전대 기간 쌓인 ‘계파 내전’을 못 끝내면 분열의 대혼돈이 찾아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韓, 민주당에 밑밥” vs “대리청탁, 더 큰 문제”

나 후보는 이날 공개적으로 공소 취소 폭로와 관련해 “한 후보가 일부러 그렇게 했다. 이미지 정치”라며 “본인의 설화로 민주당에 밑밥을 줘버린 꼴”이라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또 “연설회와 토론회가 거듭되면서 한 후보에 대한 막연한 환상, 기대가 많이 깨진 것 같다”고 했다. 나 후보는 부산과 대구를 잇달아 방문했다.

원 후보도 이날 보수 텃밭인 대구를 찾았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거대 야당이 특검을 시작으로 대통령 흔들기와 탄핵으로 임기를 중단시키려는 음모를 진행하고 있다”며 “동지 의식을 가진 지도부가 세워져야 한다”고 했다. 한 후보가 주장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비판한 것이다. 원 후보는 한 후보의 사설 여론조성팀 의혹에 대해서도 “아직도 대답을 안 하거나 진행 중인 게 많다”고 말했다.

윤상현 후보는 공소 취소 폭로와 관련해 “앞으로 어떤 후유증을 가져올지 모르고, 자의성 폭로가 돼서 어떤 팀킬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며 “금도를 벗어난 발언”이라며 한 후보를 비판했다. 세 후보들은 이날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현직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했다. 나 후보는 “아픔을 함께 하는 동지들”이라고 소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22일 경기도 이천시 당원협의회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2024.07.22. 뉴시스

한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송석준, 김용태 의원 지역구인 경기 이천과 포천-가평을 찾아 당원들을 만나며 다른 후보의 공세에 직접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1차 과반 승리를 앞두고 일일이 대응하며 싸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정광재 한 후보 캠프 대변인은 ‘나 후보의 개인 차원 부탁’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개인적 차원의 청탁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법률적 처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당내 “갈등 선 넘어, 시작부터 흔들릴수도”

국민의힘 내부에선 한 후보의 ‘김건희 여사 텔레그램 무시 논란’을 시작으로 당권 주자간 갈등이 선을 넘으면서 “극한 내전을 봉합 못하면 전대가 혼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당직을 지낸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전대 전략을 2, 3등 후보들은 진흙탕 싸움 방식으로 잡았고, 1등 후보는 포용 대신 맞대응 전략을 펼치다가 감정선을 넘어버렸다”며 “누가 되든 탕평 인사를 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그렇게 안할 것 같다”고 했다. 친한(친한동훈) 의원과 친윤 의원과의 대립이 격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당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친한 진영에서 ‘제3자 특검법’을 발의하거나 야당이 ‘한동훈 특검법’으로 치고 들어올 경우 당 분열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