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조기 레임덕에 빠지면 2021년 1월 출범한 뒤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주요 외교안보 정책들이 동력을 잃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또 이 과정에서 글로벌 정세 불안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도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로 최근 대미 외교에서 공을 들여온 안보 정책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 중국과 러시아 제재 동력 상실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이어가지 못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원활한 국정 운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동맹국들을 규합해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을 견제하고자 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9~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도 러시아를 지원하는 중국을 비판하며 중국 은행 등에 대한 제재를 논의했다. 그러나 레임덕이 본격화될 경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 정책은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러시아 등이 바이든 행정부의 레임덕을 틈타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어려워지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휴전 협상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일각에선 적잖은 나라들이 바이든 행정부와의 협상을 피하고 트럼프 후보 진영과의 접촉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나토 정상회의 때도 헝가리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 후보 측과의 접촉을 추진하는 등 확실한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 모습을 보였다.
● 한국, 확장억제 제도 등 영향 받을까 우려
정부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대미 외교에서 심혈을 기울여 온 확장억제(핵우산) 제도화가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미 정상은 지난해 4월 ‘워싱턴 선언’을 발표한 뒤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출범시켰고, NCG 출범 1년 만인 이달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서명했다.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가이드라인은 일단 어느 정도 완성된 셈이다.
다만 한미는 트럼프 후보가 백악관으로 복귀하면 확장억제 강화 노력이 뒷걸음칠 수 있는 만큼, 11월 5일 미 대선 이전에 실효적인 핵보복 등 확장억제 제도화 관련 협의를 최대한 진전시키고자 했다. 정부 소식통은 “이미 (확장억제 제도화의) 큰 틀은 완성된 만큼 크게 흔들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향후 논의 과정에서) 어려움이 커질 순 있다”고 토로했다.
양국이 현재 진행 중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레임덕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정부 소식통은 방위비 협상과 관련해 “바이든 정부에서 애초에 방위비 협상을 조기에 하자고 했으니 협상에 힘이 빠질 진 일단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후보 교체에 따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