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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의 인생홈런]‘서핑 1세대’ 송민 “파도 타며 자연과의 교감 느껴보세요”

입력 | 2024-07-22 23:06:00

송민 한국 서핑 국가대표팀 감독(오른쪽)이 미국 하와이 출신의 여자 롱보드 세계 챔피언 켈리아 모니즈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송민 감독 제공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2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 한국은 21개 종목, 143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한국 서핑은 2021년 도쿄 올림픽에 이어 이번에도 출전 선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국 서핑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송민 서핑 국가대표팀 감독(45)은 도쿄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한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몇 해 전부터 불어온 서핑 바람을 타고 화면을 통해서나마 서핑을 즐기는 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중학생이 될 때까지 바다를 직접 본 적도 없는 송 감독은 고교 졸업 후 호주 시드니 유학 중 서핑의 매력에 빠졌다. 무작정 보드를 사서 독학으로 서핑을 익혔다. 더 오래 서핑을 즐기고 싶어 호주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다. 송 감독은 “수업을 3일에 몰아서 듣고 나머지 4일은 슈퍼마켓 등에서 일하며 돈을 벌었다. 일하러 가기 전 해가 떠 있는 시간엔 서핑을 실컷 즐겼다”며 “3, 4시간씩 자면서 어렵게 번 돈으로 방학 때 인도네시아로 서핑 여행을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후 호주 영주권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부산에서 조그만 서핑 숍을 열었다.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서핑 강습도 했다. 수익이 제대로 나지 않아 가게를 접으려 할 즈음 서핑이 유행처럼 번지며 기사회생했다.

송 감독은 한국 서핑의 국제무대 진출에도 앞장섰다. 한국 서핑은 2017년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 선을 보였는데 ‘서핑 버전 쿨러닝’과 다름없었다. 한국 대표팀은 파리까지 비행기로 14시간을 날아간 뒤 렌터카로 1000km를 달려 겨우 시간에 맞춰 대회장에 도착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 자비로 출전했다. 유일한 지원은 지인을 통해서 받은 태극기 박힌 티셔츠 한 장이 전부였다. 이후 한국 대표팀은 세계 무대를 꾸준히 노크하고 있다. 그는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중국 서핑은 파리 올림픽에도 선수를 내보낸다”며 “우리도 2026년 나고야 아시아경기에서 메달을 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연세대 대학원에서 스포츠 비즈니스 마케팅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명지대 미래교육원에서는 서핑 강의도 한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바쁘게 사는 그는 걷기와 등산, 웨이트 트레이닝 등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에 집이 있는 그는 틈날 때마다 해운대 해변을 걷는다. 주말엔 부모님 집이 있는 서울로 올라와 매주 토요일 관악산을 오른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재활 개념으로 접근한다. 굳어 있는 근육을 깨우고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 요가와 필라테스도 해 볼 생각이다.

그가 가장 행복한 시간은 여전히 파도를 타는 시간이다. 송 감독은 “서핑을 한 시간 하면 보드 위에서 라이딩하는 시간은 1, 2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좋은 파도가 올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며 “그렇게 좋은 파도를 잡았을 때의 짜릿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서핑의 매력은 바로 자연과의 교감이다. 더 많은 분이 이런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