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5일 충남 아산시 방축동에 있는 민간임대 아파트 ‘아산아르니퍼스트’ 현장 펜스에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아산=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올 상반기 파산을 신청한 기업이 1000곳에 육박하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1∼6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은 987건으로, 1년 전보다 36% 급증했다. 올 들어 하루 평균 5개 기업이 사업을 접은 셈이다. 코로나 위기가 닥치기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불어난 수치다.
파산 신청을 한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었다. 팬데믹 위기를 겨우 헤쳐 나온 중소기업들이 숨 돌릴 틈도 없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복합위기를 맞아 쓰러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상반기 회생을 신청한 기업은 810여 곳에 그쳐 파산 신청보다 적었다. 회생 절차에 드는 비용조차 부담이 되거나 재기 의지를 잃어버린 중소기업들이 회생 대신 곧바로 파산을 선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제조업부터 건설업, 서비스업, 벤처·스타트업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도산 기업이 늘고 있어 우려를 더한다. 국내 최초로 민간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선보이며 주목받았던 한 스타트업은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다가 올 5월 파산했다. 공사비 급등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상반기 폐업을 신고한 종합·전문건설사는 1800곳이 넘는다. 경기 반월시화공단 등에는 급매 현수막을 내건 채 문 닫은 공장들이 수두룩하다.
회생 가능성이 있는 유망 기업과 장기간 부채로 연명해 온 부실 기업을 가려내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할 때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도 미래 성장성이 충분한 기업은 적극 지원해 기술력을 확보하고 국내외 시장을 개척하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당장의 충격을 피하기 위해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까지 끌어안고 가다가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