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관절염 환자의 골반서 골수 채취해 무릎에 주사 수술 필요한 말기 환자는 보험 혜택 없어 MRI-X선 등 영상 검사 후 시술 받아야
김진구 명지병원 원장은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가 무릎관절염 환자들에게 만병통치약처럼 오인되고 있다”며 “주사에 대해 제대로 알고 환자 상태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지병원 제공
‘장수라는 축복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불리는 무릎관절염은 고령화와 함께 빠르게 증가하는 노인성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무릎관절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320만1368명에 달한다. 10년 전 241만1308명보다 약 30% 늘었다. 환자 중 65세 이상 비율은 60%에 달한다.
무릎관절염 치료에는 항염 작용을 하고 통증 경감에 효과가 있는 ‘뼈 주사’로 알려진 스테로이드 주사나 관절에 내시경을 삽입하는 시술이 많이 활용됐다. 그런데 최근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에 연골 재생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술이 급증하고 있다. 김진구 명지병원 원장을 만나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의 효과와 유의 사항, 무릎관절염 관리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보건복지부가 신의료기술로 승인한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의 정확한 명칭은 ‘무릎 골관절염에 대한 골수 흡인농축물 관절강 내 주사’다. 환자의 골반에서 골수를 채취한 뒤 원심분리기를 활용해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농축해 다시 무릎에 주사하며 염증을 줄이고 관절 기능을 개선하는 치료법이다. 기존 히알루론산 주사와 비교할 때 유사한 수준의 통증 완화, 관절기능 개선 효과 등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복지부가 신의료기술로 지정했다는 건 안전성과 유효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명확한 효과를 입증하기엔 아직 의학적 근거가 부족해 보다 많은 의학적 근거를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복지부가 고지한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의 치료 대상은 무릎관절염의 중간 단계다. 의학적으로는 △X선 검사상 관절 간격이 정상에 비해 명확하게 좁아졌거나 골관절염 등급(KL 2∼3등급)에 해당하는 경우 △자기공명영상(MRI) 또는 관절경 검사를 통해 연골의 50% 이상 손상이 확인된 경우 △국제연골재생협회(ICRS) 등급 기준으로는 3, 4등급에 해당하는 경우다.
김 원장은 “등급 기준에 부합하더라도 50세 이상 환자의 자가골수 농축액은 세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오다리가 심해도 주입한 줄기세포가 금세 손상돼 만족스러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손보험 적용 여부 꼼꼼히 살펴야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라는 명칭 때문에 자신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주입하면 새로운 연골을 생성하고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다고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골반에서 채취한 골수에 포함된 줄기세포는 전체의 약 7%에 불과하며 농축하더라도 아직 연골로 생성된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최근 일부 병원에서 줄기세포의 연골 재생 효과를 강조해 논란이 됐는데 복지부는 신의료기술 승인 자료에서 ‘농축된 골수 줄기세포’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개정안에선 ‘농축된 골수 흡인물’이라고 표현했다.
또 자신의 관절 상태와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 치료 대상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인공관절 치환술이 필요한 환자가 수술이 무서워 주사 치료를 받고 실손보험을 청구했으나 엑스레이 검사 결과 무릎관절염 말기인 KL 4등급으로 확인돼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기도 했다. 어깨에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를 맞은 환자의 경우 해당 신의료기술이 ‘무릎 치료’에만 해당한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못 받은 사례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병원들에 치료 전 실손보험 대상이 확실한지 서류 발급 등을 통해 사전 확인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김 원장은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 치료는 MRI나 체중 부하 엑스레이 등 영상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 몸 상태 고려한 운동 방법 선택해야
무릎관절 손상의 주원인은 노화다. 하체 근력이 부족한데 상체가 비만이거나 양반다리 자세 같은 습관도 장기간 지속되면 무릎 관절에 부담을 주고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관절의 부담을 줄이고 관절 주변 근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김 원장은 “중장년층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하는 운동으로 ‘걷기’를 많이 꼽고 있으나 관절 주변의 근력 강화에는 걷기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 평형운동, 고유 운동, 감각 회복 운동, 스트레칭 등 다양한 운동을 고루 해야 관절 건강과 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운동 전문가와 상담해 자신에게 적합한 운동 프로그램을 계속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무릎관절 통증이 계속되고 근력이 약해진 경우라면 중강도 또는 저강도 운동 중 대여섯 가지를 적절하게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무릎관절에 부담되지 않도록 8000보 걷기를 한 뒤 스쾃 100회, 계단 20층 오르기, 실내자전거 20분 타기 등을 고루 하고 중간에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운동을 매일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