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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예술을 입다… 파리는 날마다 축제

입력 | 2024-07-23 03:00:00

[PARiS 2024 D-3]
“일상속 자연스러운 신체활동”
‘액티브 디자인 운동’ 펼쳐
시민-선수 등 놀이터로 변신





프랑스 파리 지하철 ‘오텔드빌(시청)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면 너나 할 것 없이 휴대전화부터 꺼내기 바쁘다. 파리시청사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1871년 재건한 이 건물은 원래도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시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벽면과 건물 앞 광장을 대회 관련 장식으로 뒤덮으면서 파리시청은 더욱 화려하게 변했다. 올림픽 개막을 닷새 앞둔 21일(현지 시간) 이곳을 찾은 뉴질랜드 관광객은 “정말 아름답다. 파리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난다”고 했다.

파리시청이 그저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만은 아니다. 다음 달 10일 오전이 되면 시청 앞 광장은 올림픽 남자 마라톤 레이스 출발지로 변한다. 그리고 같은 날 밤에는 일반인 참가자 각 2만24명이 풀코스(42.195km)와 10km 부문으로 나눠 올림픽 코스를 달린다. 이어 다음 날 오전에는 같은 코스에서 여자 선수들이 올림픽 마라톤 경주를 벌인다. 대회 기간 마라톤 코스를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건 128년 올림픽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파리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일출을 보고 있는 사람들. 2024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대회 ‘D―100’을 기념해 파리 대표 관광지인 이 언덕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림픽 기념 그림으로 채웠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번 올림픽은 ‘완전히 열린 대회(Games Wide Open)’를 표방한다. 완전히 열린 공간에는 구분과 경계가 없다. 파리시는 올림픽을 앞두고 대회 조직위원회와 함께 도시 곳곳을 관광객, 시민, 참가 선수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 공간이자 놀이터로 꾸몄다. 4월에는 몽마르트르 성당 앞 계단에 그린 파리 올림픽 기념 그림이 공개됐고, 그다음 달에는 센강 변 아스팔트 바닥에 그린 그림도 베일을 벗었다. 이번 대회 개회식도 올림픽 주경기장이 아니라 센강에서 열린다.

파리 최초의 형무소였던 콩시에르주리(위) 건너편 센강 변이 프레스코화로 꾸며진 모습. 파리=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센강 변 그림은 여성들이 운동화를 신고 달리는 모습을 담고 있다. ‘파리 여성들에게 스포츠를 돌려주자’는 의미다. 올해 5월 이 그림이 공개된 뒤 파리 여성 4500여 명이 시에서 운영하는 달리기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신체 활동에 참가하도록 유도하는 작업을 ‘액티브 디자인(Active Design)’이라고 부른다. 파리시는 액티브 디자인을 이번 올림픽을 대표하는 유산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라 낙후 지역 길거리 농구장도 예술가들의 그래픽 아트 캔버스로 바뀌었다. ‘18구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레옹 광장의 농구 코트가 대표 사례다. 파리 북쪽에 있는 18구는 우범 지대로 통하는 곳이다.

하지만 프랑스 화가 엘카의 ‘라 조콩드(모나리자)’가 바닥에 그려진 농구 코트에는 아이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축구공을 들고 온 아이들이 발로 차던 공을 농구 골대에 던지며 놀기도 했다. 엘카는 ‘이 농구장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남성이 아닌 여성의 얼굴을 그렸다고 설명한다. 얼굴을 잘게 조각내 그린 건 세계 각지에서 건너온 이들이 모여 사는 이 지역의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파리 대표 유흥가 피갈에 있는 듀프레 운동장도 그동안 흉물 취급을 받아 폐쇄 조치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의 유니폼을 만든 디자이너 스테판 애시풀의 손을 거치며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농구장’으로 변신했다. 초행길인 사람도 이 농구장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듀프레 22번가 초입부터 농구공 튕기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이 농구장은 두 건물 사이 공터에 문만 달아 만들었다. 이 길을 지나는 누구든 문을 열기만 하면 함께 어울려 운동할 수 있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