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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청년정신 심어준 분” 줄잇는 애도 발길

입력 | 2024-07-23 03:00:00

[김민기 별세]
가수 조영남 “내가 만난 유일한 천재”
‘1억 기탁’ 이수만 “마음 깊이 존경”
학전측 “조의금-조화 없이 장례”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차려진 학전 대표이자 가수 김민기의 빈소. 영정 사진 속 고인의 오른손에 평소 그가 좋아하던 담배 한 개비가 들려 있다. 학전 제공



“(김)민기가 서울대 미대 2학년 때는 함께 거의 살다시피 하면서 어울렸지요. 아프기 전에도 평소 술 너무 많이 먹는다고 걱정을 했는데….”

김민기와 ‘50년 지기’였던 가수 조영남(79)은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끼는 후배를 잃은 슬픔을 말했다. 그는 “70 넘어 살면서 내가 만난 유일한 천재였어요. 저도 최근에야, 그 친구가 죽어 갈 때에야 깨달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그의 천재성을 너무 늦게 알아차린 거 아닌가 싶습니다.”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차려진 가수 김민기의 빈소에는 늦게까지 애도의 발길이 이어졌다. 가수 박학기는 빈소에서 만난 기자에게 “오전에 전화가 쏟아져도 실감이 안 나다가 내가 이제 물어볼 데가 없어졌구나 싶어서 확 실감이 났다”고 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연락해 안부를 여쭸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밴드 동물원의 박기영은 “부모님 돌아가신 거랑 비슷하다. 언젠가 찾아올 수 있는 일인데도 막상 닥치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가수 권진원은 “올해 떠나실 줄은 몰랐다”라며 눈물을 훔치던 손수건에 얼굴을 파묻었다.

앞서 경영난에 빠진 ‘학전’을 위해 1억 원 이상을 기탁했던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대한민국에 음악을 통해 청년 정신을 심어 줬던 김민기 선배에게 마음 깊이 존경을 표하며 명복을 빈다”고 추모했다. 가수 이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형님, 하늘나라에서 맥주 한잔하시면서 평안하시리라 믿습니다. 나의 영웅이여. 감사했습니다”라고 적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페이스북에 “역사는 선생님을 예술과 세상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지닌 영원한 청년으로 기억할 것”이라며 “당연한 것을 새롭게 보려는 ‘순수한 열정’으로, 세상을 더 밝게 만드셨다”고 애도했다.

장례는 조의금과 조화 없이 진행된다. 학전 측은 “모든 분들이 선생님을 응원하느라 십시일반으로 많이 도와줘 노잣돈을 많이 마련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경영이 어려웠던 학전으로 향했던 여러 기부금을 ‘조의금을 미리 받은 것’으로 생각하겠다는 것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