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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중부지방 덮친 폭우-열대야

입력 | 2024-07-23 14:10:00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열대야를 이겨내고 있다. 뉴스1 

23일 새벽 중부지방에 폭우와 열대야가 동시에 나타났다. 한때 같은 경기 지역에서도 북부엔 호우주의보가, 남부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되기도 했다. 막바지 장맛비가 기승을 부리면서 비 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중부지방 곳곳에 시간당 30mm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강원 철원군 69.9mm, 경기 포천시 55mm, 경기 여주시 40.5mm, 서울 종로구 31.9mm, 서울 관악구 30.5mm 등이다. 통상 시간당 30mm 이상의 비가 내리면 지면에 물이 차오른다. 50mm가 넘으면 극한 호우로 분류되고 옆 사람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번 비는 서해상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한 저기압이 정체전선(장마전선)과 부딪힌 결과다. 비 구름대가 빠르게 이동하다 보니 특정 지역에 짧은 시간 동안 폭우를 퍼붓고 그치는 형태가 나타났다.

폭우와 함께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도 전국에서 나타났다. 경기 안성시 26.8도 서울 25.7도 강원 동해시 26.2도 강릉시 26.5도 충북 청주 28.2도 등을 포함해 전라권, 경상권, 제주 곳곳에서도 열대야가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비가 내리면 기온은 내려간다. 하지만 필리핀 마닐라 북동쪽에서 북진하고 있는 제3호 태풍 ‘개미’가 밀어 올린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뒤덮으면서 밤에 비가 내려도 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거센 비와 찜통 더위가 동시에 찾아오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경기 광주시에 사는 최모 씨(43·여)는 “전기료가 걱정돼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어놓은 채 잠 들었다가 새벽 돌풍과 함께 내리는 빗소리에 화들짝 놀라 깼다”며 “결국 창문을 닫고 선풍기만 틀고 다시 누웠는데 너무 더워서 밤새 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이번 비는 24일 오전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대 60mm 더 내릴 전망이다. 24일 오후부터는 본격적인 폭염과 함께 대기 불안정에 따른 소나기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은 “당분간 남부 지방과 제주 일부 지역의 최고체감온도가 35도 이상으로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매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한편 국내에 태풍 개미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태풍 경로상 25일 오후 중국 상하이 지역에 상륙한 뒤 소멸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태풍 피해 우려가 사라지면서 장마가 언제 끝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25일 장맛비가 그치고 나면 소나기만 간헐적으로 내릴 전망이다. 다만 29일부터는 수도권과 강원 영서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장맛비 소식이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의 직접 영향권은 아니지만 태풍이 끌고 오는 수증기 덩어리가 장마 양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직 단언할 수 없다”며 “장마 종료를 선언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