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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차고도 계속되는 성범죄, 실효성 논란…“왜곡된 성인식부터 치료해야”

입력 | 2024-07-23 17:34:00

외출금지, 접근금지 등 특별준수사항 위반 ↑
"전자발찌는 수평 정보만 제공해 한계 있어"
"치료 덜 된 상태로 사회에 내놓으면 안 돼"



ⓒ뉴시스


1월1일 아침 김모(42)씨는 여성을 성폭행했다. 전자발찌를 찬 상태였다. 성폭력처벌법으로 징역을 살고 나온 지 5개월 만에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성범죄 피해자 A씨는 지난달 14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자발찌를 찬지 몰랐다”며 “강남구 사는 범인이 송파구까지 와서 몇 시간을 머물렀는데 보호관찰소 관제센터는 어떻게 그 긴 시간 동안 전화만 10통 넘게 할 수 있냐”고 호소했다.

지난 19일 김씨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20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했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전자발찌 등 위치추적 전자장치가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을 수 있는지, 그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전자감독제도는 재범 위험성이 높은 특정범죄자(성폭력·미성년자 유괴·살인·강도·스토킹) 등의 신체에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해 24시간 위치를 파악하고 보호관찰관의 밀착 지도·감독을 통해 재범을 방지하는 제도다.

2008년 전자감독제도가 시행된 뒤 성폭력사범의 동종 재범률은 줄었다. 성폭력 전자감독 대상자가 같은 범죄를 저지른 비율은 2018년 2.53%(83건)에서 2022년 0.73%(24건)으로 줄었다. 제도를 시행하기 전인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평균 재범률은 14.1%이었는데 2008년부터 2023년 사이 평균 1.6%까지 감소했다.

문제는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범죄자들이 특별준수사항을 어기는 일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준수사항은 법원이 내리는 야간외출 제한 등 명령을 말한다. 특별준수사항 위반은 범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발찌를 착용하는 동안 특별준수사항을 위반한 건수는 2017년 1만36건에서 2021년 1만3704건으로 늘었다. 특히 밤이나 아동이 통학하는 특정 시간대를 제한하는 외출금지 준수 위반은 약 2배 늘었다. 2017년 3217건에서 2021년 6239건으로 증가했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은 외출금지 준수사항을 위반했다. 전자발찌를 찬 조두순은 오후 9시 이후 외출이 금지됐지만 지난해 12월4일 이를 어기고 주거지 밖으로 나갔다. 결국 징역 3개월을 선고받고 지난달 19일 출소했다.

접근금지 준수 위반도 늘었다. 전자감독 대상자가 피해자 등 특정인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접근금지 준수사항은 2017년 147건에서 2021년 878건으로 5.8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자장치 감독대상자 수 자체가 2373명에서 2597명으로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준수사항을 위반하는 건수는 이를 크게 웃돈다.

늘어나는 특별준수사항 위반에 대해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어린이집, 학교 등 시설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이를 어기는 것은 성범죄 재범의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자발찌의 정보적 한계를 짚었다. 이 교수는 “전자발찌는 수직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행동 감시가 어렵다”고 말했다. 성범죄자가 집 현관을 나가도 해당 건물 안에만 있으면 지상 10층에 있는지 지하 1층에 있는지 정확한 위치는 알기 어렵다는 얘기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전자발찌는 감독에 초점이 있다. 교정하는 기능이 없다”고 했다. 전자발찌를 분리 훼손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성범죄자의 정신질환이나 삐뚤어진 성인식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성범죄자는 정신질환과 관련 있어 재범률이 높다”며 “이상성욕자, 아동성애자, 충동조절장애 등 문제를 먼저 치료한 뒤 사회에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치료감호 등을 통해 재범 우려가 없을 때까지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부분은 전자발찌를 차고 재범하지 않기 때문에 전자발찌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한 명의 인간을 개조하지 못한다면 범죄는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성에 대한 삐뚤어진 인식이나 성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고치지 않는다면 성범죄자가 언제든지 재범할 수 있다”며 “근본적으로 범죄자의 문제적 특성을 어떻게든 고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