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총장 패싱’ 진상 파악 지시 후 대검 참모들에게 1시간 반 작심발언 “朴 장관도 金 여사 검찰청 소환조사 언급” 檢내부, 이 총장 강경 행보에 이견도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檢총장 “朴 장관도 金 여사 검찰청 소환조사 언급”
2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총장은 전날 오후 6시경부터 7시 30분경까지 약 1시간 30여 분 동안 회의를 진행하며 대검 참모진들에게 ‘총장 패싱’ 논란의 전말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 오전 이 총장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경위를 보고받은 후 대검 감찰부에 진상 파악을 지시한 바 있이다.
이 무렵 김 여사의 조사 일정과 방식을 두고 이 총장과 이 지검장의 논의도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이 총장은 검찰청사 비공개 소환을 기본 방침으로 김 여사 측이 경호·보안 등을 이유로 제3의 장소를 제안할 경우 본인과 협의해 결정할 것을 이 지검장에게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먼저 제3의 장소를 제안해서는 안 된다는 당부도 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박 장관도 김 여사를 검찰청사에서 비공개 소환 조사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이 총장은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김 여사 측은 도이치모터스 의혹에 대해서만 경호상 문제가 없는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디올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서는 “청탁금지법상 배우자 처벌조항이 없는 만큼 대면조사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김 여사 측은 “조사가 노출되면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조건도 검찰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하루 전날인 19일 저녁 검찰과 김 여사 측 사이 조사 일정과 방식에 대한 최종 협의가 이뤄졌지만, 서울중앙지검은 ‘도이치모터스 의혹에 대한 이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복원되지 않은 점’, ‘대면 조사가 무산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이 총장에게 사전 보고를 하지 않았다. 이 총장이 보고를 받은 건 김 여사 조사가 10시간이 지난 20일 오후 11시 반경이었다. 이에 이 총장은 22일 출근길에서 “우리 법 앞에 예외도, 성역도, 특혜도 없다고 말씀드렸으나 대통령 부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한 원칙들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 총장은 대검 참모들에게 “비공개로 진행되더라도 조사가 시작되기 전, 진행 중, 조사 종료 정도는 언론에 알렸어야 한다”는 취지의 토로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상 파악 지시에 대해선 “수사팀 개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다. 감찰도, 진상 조사도 아닌 진상 파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檢내부 “진작 수사지휘권 복원 요청했어야”
도이치모터스 의혹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은 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 의해 배제됐다. 추 전 장관은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의 가족 및 주변인이 연루된 사건 등 총 5건의 사건에 대해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했다. 이때 발동된 수사지휘권의 효력은 아직도 남아 있어 수사 경과가 검찰총장에게 보고되지 않는 상황이 지난 정부부터 4년 가까이 이어져 온 것이다.
이에 검찰 내부에선 “이 총장이 취임 후 빠르게 수사지휘권 복원을 요청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 총장은 지난해 10월 대검 국정감사장에서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진척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지난 정부에서 해당 사건(도이치모터스 의혹)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해 제가 수사 상황을 말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총장은 올 6월 출근길에서도 “수사지휘권 박탈을 재확인했다”는 취지로 수사를 보고받을 수도, 지휘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팀이 이 총장에게 도이치모터스 의혹에 대한 김 여사 대면 조사를 보고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 한 검찰 관계자는 “일련의 상황 속 이 총장의 강경 행보에 대해선 이견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