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위스콘신 폭스콘 공장 가보니 트럼프 “세계 8대 불가사의” 자랑… 일자리 창출은 고작 1000여 명 폭스콘 전 임원 “투자가 정치로 변질”… 주민 “트럼프와 폭스콘이 사기” 소넨필드 예일대 교수 “관세 인상, 글로벌 불황 촉발 우려”
17일(현지 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인근 마운트플레전트의 폭스콘 데이터센터 ‘글로브’. 폭스콘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1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실패 후 투자를 대폭 줄였다. 마운트플레전트=문병기 특파원 weapon@donga.com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당시 트럼프 후보는 연설에서 “이것은 세계 8대 불가사의”라며 “이제 우리의 구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가 아니라 ‘위대한 미국을 지키자(Keep America Great Again)’로 바꿔야 한다”고 외쳤다.
15∼18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 후보로 지명된 트럼프 후보는 올해 투자 유치를 다시 약속했다. 그는 18일 대선 후보 지명 수락 연설에서 “재집권하면 위스콘신에 수만 개의 일자리를 다시 창출하겠다”고 했다. 중국 등 주요 무역 상대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한층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도 예고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제정책이 세계 경제에 불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 백지화된 폭스콘 美 공장
폭스콘 투자 유치 실패는 정치적 목표로 무리하게 추진된 사업이 빚어낸 일종의 재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하자마자 한국계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났다. 이에 더해 당시 로봇 산업 등에서 소프트뱅크와 제휴 중이던 폭스콘의 투자 유치도 끌어냈다.
공화당 소속의 트럼프 행정부는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며 당초 오하이오주에 투자를 검토했던 폭스콘을 위스콘신주에 투자하도록 유도했다. 위스콘신주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백인 노동자가 많아 민주당의 상징색인 ‘블루월(Blue wall·푸른 벽)’로 불린다.
하지만 2018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위스콘신 등 소위 블루월 지역에서 크게 패했다. 폭스콘 투자 또한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혜 시비 속에 투자 계획을 미루던 폭스콘은 2020년 대선에서 당시 대통령이던 트럼프 후보가 패하자 데이터센터와 건물 몇 개만 남긴 채 빈 부지를 MS에 넘겼다.
당시 투자 프로젝트 책임자였던 앨런 융 위스콘신대 매디슨캠퍼스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이 개입하면서 폭스콘의 투자 논의는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제조업 부활을 내건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압박이 폭스콘 투자를 미국 우선주의 경제정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추락시켰다는 취지다. 워싱턴포스트(WP) 또한 “폭스콘 등 트럼프가 약속한 투자 유치 약속은 완전한 재앙이었다. 미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독촉한 정책 역시 비참한 실패였다”고 평했다.
다만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장에서 만난 상당수 시민들은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 미국 우선주의 경제정책, 불법이민자 추방 공약 등을 꼽았다.
조앤 매그노 씨(75)는 “미국 우선주의 경제정책이 복원돼야 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인을 마지막에 두는(American last)’ 정책을 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정책으로 미 자동차 산업이 모두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중국에 뺏긴 미국의 일자리를 되찾아 올 것”으로 기대했다.
17일(현지 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가한 스티븐 가너 씨.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지지한다는 그의 뒤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가 새겨져 있다. 밀워키=문병기 특파원 weapon@donga.com
● 트럼프 “美서 제품 팔려면 美서 만들어야”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일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재집권 시 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을 예고했다. 그는 “동맹으로 간주한 국가들이 미국으로부터 이득을 취했다”며 “미국은 일자리와 수익을 잃었고 우리의 산업도 전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에서 제품을 팔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로지 미국에서 제품을 만드는(build)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미국에 막대한 일자리와 부를 창출할 것이라며 이른바 ‘빌드 인 아메리카(Build in America)’ 정책을 예고했다.
그는 또 관세 부과와 같은 ‘채찍’으로 미국 투자를 압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반도체법을 통해 미국에 공장을 짓는 주요 반도체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당근’으로 미국 투자를 유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관세 우회를 위해 멕시코에 투자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우리는 자동차 제조업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올 것”이라며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자동차마다 100∼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맹목적인 관세 인상이 결국 수입 물가 상승을 부추겨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고 미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프리 소넨필드 예일대 교수는 CNN에 “경영자들도 트럼프 2기 경제 정책을 우려하고 있다. 터무니없는 관세 인상은 세계 교역을 중단시키고 불황을 촉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밀워키에서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