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란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해 사물, 현상 따위에 붙여서 부르는 말이지만 해산물은 이름 때문에 오히려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너는 ‘참’이고 나는 ‘개’란 말이여?”(김창일의 갯마을 탐구 12회)에서 언급했듯이 ‘숭어’와 ‘가숭어’ 두 종의 숭어는 참숭어가 됐다가 개숭어가 되기도 한다. 어디선가 ‘참’은 다른 곳에서 ‘개’가 되고, 여기서 ‘개’는 저기서 ‘참’이 된다. 지역에 따라 참이 개가 되고, 개가 참이 되는 것이다. 그곳에서 많이 나는 것이 참일지니, 참은 참만의 본성이 따로 있지 않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예를 들어, 참소라 타액선의 제거 필요성을 설명한다고 치자. 일부 고둥류에는 어민들이 귀청 혹은 골, 침샘이라 부르는 타액선이 있는데 ‘테트라민(tetramine)’이라는 신경독성이 함유돼 있다. 고둥을 까서 가운데를 세로로 가르면 유백색 혹은 노란색의 타액선 덩어리가 나온다. 많은 양을 섭취하면 어지럼증, 졸음, 오한, 설사, 구토, 두통, 식은땀이 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동해의 참소라(표준명 ‘갈색띠매물고둥’·이하 괄호 안은 표준명)은 타액선의 양이 상당히 많아서 제거하고 먹어야 한다. 반면 제주와 남해의 참소라(소라·일명 뿔소라)는 타액선이 없다. 서해의 참소라(피뿔고둥)는 타액선이 작아서 그냥 먹는 사람도 있다. 참소라에 대해 설명할 경우 청자의 거주지에 따라 달리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고둥이 표준명이지만 강원, 경상, 전남, 충남 등 많은 지역에서 고동이라고 한다. 언중에게 ‘고둥’보다 ‘고동’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우해이어보(1801년)와 자산어보(1814년)에 ‘고동(古董)’, ‘고동(古蕫)’으로 적혀 있고, 동문유해(1748년), 방언집석(1778년), 한청문감(1779년) 등 거의 모든 고문헌에 ‘고동’으로 표현돼 있다. ‘고둥’은 경기 일부 방언이었으나 표준어로 채택되는 바람에 ‘고동’이 비표준어로 밀려났다. 현장에서 통용되는 용어와 괴리된 이름을 선택한 결과는 혼란이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