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윤상선 기자 yoonss@donga.com
얼마 전 필자는 남편으로부터 30대 후반에 결혼하지 않은 지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 남자분은 결혼하고 싶은 마음에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해 최근 세 번 정도 ‘선’을 보러 나갔는데 다 실패했다고 한다. 그 과정이 모두 다 외국인인 필자가 듣기에는 신기한 것이었다.
벗드갈 몽골 출신·글로벌 비에이 유학원 대표
마지막 여성분은 매우 마음에 들어 여덟 차례 정도 데이트를 함께 즐겼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의 지인에게 모든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게 했고, 여덟 번째 데이트에서조차 식사 후 커피까지 사달라고 했다. “다음번에는 꼭 사드리겠다. 오늘은 지갑을 두고 왔다”는 말과 함께. 그것으로 남편 지인은 그 여성과 더 만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이렇게 세 번의 선은 아무런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그 남자분이 지독히도 운이 없었던 걸까?
한국에서는 이런 소개 문화가 널리 퍼져 있다.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은 미혼인 젊은 사람을 보면 꼭 “누구 만나 볼래?” 하고 묻는다. 젊은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정보를 캐내어 이어줄 사람을 찾으려 애쓰시는 것도 여러 번 목격했다. ‘한국 사람들은 짝지어 주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런 사회 분위기 때문에 소개팅이나 선 같은 문화도 자연스러운 것 같다. 오죽하면 그런 걸 다루는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까지 인기일 정도다.
과연 이런 문화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한 드라마에 따르면 과거 조선 시대에는 서른 살이 넘도록 결혼하지 않으면 잡혀갈 수도 있었다고 한다. 즉, 범죄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드라마의 내용이 사실인지 알아보다가 추가로 더 재미있는 내용도 찾았다. 그땐 노총각과 노처녀가 국가 차원에서 구제해야 할 불쌍한 사람들로 여겨져 나라에서 혼례비용을 보조하거나 콩을 혼수 삼아 결혼을 장려했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전통이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는 걸까. 결혼중개업체, 중개 사이트는 물론 중개 프로그램까지 성행한다. 과거보다 훨씬 스마트하고 발전한 시대에 사는 만큼 서로의 조건을 맞춰 짝을 소개해 준다.
그러나 모든 중매가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온 사회가 나서 중매를 서주는 경우가 있으니 바로 국제결혼이다. 국제결혼 중매의 결과는 썩 좋지 못하다. 국제결혼을 통해서 결혼한 이들의 대부분이 불행 속에서 살고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언어와 문화를 전혀 모른 채 한국 땅에 온 외국인 여성은 한국의 가난한 노총각에게 시집가서 아이를 낳는다. 아이는 한국 아이로 길러져서 엄마는 아이와도 제대로 소통할 수 없고 아빠와는 서먹서먹한 사이로 산다. 감히 남의 삶이 다 이렇다고 평가하긴 그렇지만, 주변에 다문화 지인들과 가족이 많아서 국제결혼을 통해 이뤄진 다문화가족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벗드갈 몽골 출신·글로벌 비에이 유학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