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의 5가지 혁신성
《‘에펠탑 효과(Eiffel Tower Effect)’란 경제 용어가 있다. 자주 접하면 호감도가 높아지는 심리 현상을 가리킨다. 광고의 ‘반복 노출 효과’와 비슷하다. 에펠탑이 세워질 당시에는 흉물로 비판받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파리를 대표하는 기념물로 사랑받게 된 것에 착안했다.》
그런데 이 용어의 정확성을 높이려면 추가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에펠탑은 단순히 눈에 익숙해져 좋아진 게 아니라, 에펠탑 자체가 품고 있는 혁신성이 결국 파리 시민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제품보다는 우수한 제품이어야 반복 노출될 때 그 호감도가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2024년 파리 올림픽을 통해 에펠탑은 더 자주 반복 노출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역사적 의의를 짚어 그 매력에 한층 더 깊게 다가가 보는 것은 어떨까. 5가지 키워드로 에펠탑의 전위성을 살펴봤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역사적으로 인류가 철을 사용한 것은 기원전 12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실제로 철이 일상에 가깝게 다가온 것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이다. 석탄을 이용한 제련 기술이 개발되면서 철이 대규모로 생산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에펠탑은 인류에게 ‘철기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문명사적 기념물이다.
둘째, 에펠탑은 현대 도시가 지닌 높이의 미학을 한발 앞서 보여준다. 인류가 세운 건축물 중 가장 오래 초고층 건물의 지위를 유지한 것은 놀랍게도 이집트의 피라미드이다. 기원전 2500년 세워진 쿠푸왕 피라미드 높이가 147m다. 이 기록은 14세기 중세 고딕 시대에 와서야 비로소 도전받는다.
이후 19세기까지 150m 안팎이 높이에 관한 인간의 한계였다면 에펠탑은 이를 단숨에 2배로 추월해 버린다. 319m의 크라이슬러 빌딩이 미국 뉴욕에 들어선 1930년까지 41년간 에펠탑은 세계 최고층 건물의 지위를 유지한다. 현재는 500m 이상 되어야 최고층 건물로 인정받지만, 7층 높이의 나지막한 저층 빌딩으로 이루어진 파리 한복판에 우뚝 솟아오른 에펠탑이 발산하는 영웅적인 웅장함에 도전할 만한 건축물은 오늘날에도 찾기 어렵다.
에펠탑이 갖는 세 번째 의미는 공학적 신비다. 에펠탑은 기술적 엄밀성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에펠탑은 철제 부속 1만8038개로 짜여 있는데, 각각의 프레임을 잇기 위해 250만 개의 리벳이 투입됐다. 또 각각의 파트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연결되기 위해 5300장의 도면이 그려졌다. 덕분에 에펠탑은 예측불허의 기후 상황에도 잘 버티고 있다. 원래 20년 후 해체되기로 했으나 현재에도 여전히 당당하게 파리의 하늘을 지키고 있다. 에펠탑은 기술력을 통해 현대 문명의 공학적 신뢰도를 한 단계 높였다.
그 대신 향후 20년간 운영권을 가졌는데, 첫해만 입장 수입이 800만 프랑이었다고 한다. 결국 에펠은 당초 예정이었던 ‘프랑스 혁명 100주년 기념탑’ ‘300m 탑’ 대신 탑에 자신의 이름을 달 수 있었다. 2012년 이탈리아 몬차에브리안차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에펠탑의 경제적 가치는 4346억 유로(약 650조 원)로 유럽에서 가장 가치 있는 건물로 평가받았다.
로베르 들로네의 ‘붉은 탑’(1911∼1912). 들로네는 에펠탑 그림만 50여 점을 그려서 ‘에펠탑 화가’로 불린다. 사진 출처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홈페이지
이렇게 에펠탑의 혁신성을 살펴보고 나니 처음 조롱과 비난을 받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오래 보면 좋아진다는 ‘에펠탑 효과’가 ‘혁신성은 언젠가 인정받는다’는 의미로 재규정되어야 할 것 같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