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가장 행복한 건지도 모르겠다.”
―신카이 마코토 ‘언어의 정원’
비 오는 날이면 오전 수업을 빼먹고 도심의 정원에 있는 정자에서 구두 스케치를 하는 고등학생 다카오. 그런데 어느 날 그곳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유키노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데면데면했지만 어쩌다 말을 걸게 되고 비 오는 날마다 만나게 되면서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진다. ‘언어의 정원’은 이 일련의 과정들 속에 두 사람의 감정 변화를 내리는 비로 표현한 작품이다. 갑자기 맞닥뜨린 비에 쫄딱 젖어 유키노의 집으로 도망치듯 들어간 두 사람이 그곳에서 옷을 말리고 함께 밥과 차를 마시는 고즈넉한 장면이 흘러갈 때 두 사람의 생각이 교차하는 대사가 인상적이다. “여태 살아오면서 지금이 가장 행복한 건지도 모르겠다.”
창밖으로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지만 창 안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한 그 풍경은 아주 짧게 스쳐 가지만 그것이 마치 우리네 삶의 진짜 행복을 그려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어디든 나가기만 하면 험한 현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만 그래서 더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온기. 장맛비 속을 뚫고 왔지만, 쫄딱 젖은 우리를 넉넉히 안아주는 그 온기가 있어 우리는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