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사 ‘ETF 리브랜딩’ 바람 순자산 150조 원 돌파… 급성장에 브랜드 재단장 한투-신한 등 명칭 변경 이후 중위권 판도 ‘흔들’ “시장점유율 상승 효과 노리려면 상품 차별화를”
게티이미지코리아
국내 자산운용사, 너도나도 리브랜딩
김찬영 KB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새로운 변화와 쇄신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고 신뢰받는 연금 투자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며 “투자자들이 은퇴 이후 삶을 보다 풍요롭고 안정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노후를 위한 맞춤형 투자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자산운용도 23일 ETF 브랜드명을 기존 ‘ARIRANG’에서 ‘PLUS’로 바꿨다. 올드한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고 고객들의 자산을 늘려주는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자산운용은 명칭 변경과 함께 한국과 미국, 일본에 투자하는 ETF 3종 세트도 함께 내놨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전략사업부문장은 “시대 변화와 금융 시장 트렌드에 맞춰 고객들께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브랜드를 변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들의 ETF 명칭 변경은 올 들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올해 4월에는 하나자산운용이 기존 ‘KTOP’이란 이름을 버리고 ‘1Q’로 모두 바꿨다. 지난해 10월 글로벌 투자은행(IB)인 UBS와 결별하면서 독자적인 ETF 브랜드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셈이다.
지난해 주인이 바뀐 KCGI자산운용(옛 메리츠자산운용)도 올해 들어 기존에 쓰던 ‘MASTER’라는 브랜드명을 버리고 ‘KCGI’라는 명칭을 새롭게 내놨다. 회사의 이름을 앞세워 ETF 브랜드를 키워가겠다는 전략이다. 키움자산운용도 패시브 ETF에서 사용하는 ‘KOSEF’를 프로야구단 키움 히어로즈에서 착안한 ‘HEROS’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리브랜딩發 중위권 경쟁 과열 예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2022년 10월 브랜드명을 기존 ‘KINDEX’에서 ‘ACE’로 바꾼 뒤 시장점유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22년 말 3.88%였던 국내 ETF 시장점유율이 올해 6월 말에는 6.67%까지 높아졌다. ACE라는 명칭 덕분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가 검색창 최상단에 오른 것도 점유율 상승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신한자산운용도 2021년 9월 ETF 명칭을 ‘SMART’에서 ‘SOL’로 바꾸면서 리브랜딩 효과를 쏠쏠하게 누렸다. 2020년 말 1%에도 미치지 못하던 시장점유율은 올해 6월 말 2.98%까지 상승했다. 후발 주자로 국내 ETF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지만 신한은행의 모바일 뱅킹 브랜드와 동일한 명칭을 쓰면서 투자자들에게 친숙함을 높이면서 신뢰를 쌓았다는 평가다.
다만 명칭 변경만으로 시장점유율 상승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명칭 변경 이후에는 생소함 때문에 점유율이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얼마나 빠르게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고 마케팅이나 홍보 역량을 집중하냐에 따라 리브랜딩의 성패가 갈린다고 분석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의 ETF 브랜드가 포장지라면 ETF 상품은 내용물이다”라며 “고객 결정에 있어서 포장지보다는 내용물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차별화된 상품이 필요하고 상품을 기획하는 인재를 영입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