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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색조 디바’ 윤투넨, 내달 1년 미룬 만남

입력 | 2024-07-24 03:00:00

13년 만에 내한… 서울시향과 공연
광대한 레퍼토리-다양한 배역 장점
“핀란드 시골서 오로라 보면서 성장
열살 첫 배역서 무대의 마법에 빠져”



13년 만의 내한 무대에서 서울시향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를 협연하는 핀란드 소프라노 헬레나 윤투넨.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핀란드 소프라노 헬레나 윤투넨은 2011년 10월 서울시향 아르스 노바 시리즈로 마련된 두 번의 콘서트에서 처음 한국 관객들을 만났다. 지난해 1월 오스모 벤스케 전 서울시향 음악감독의 지휘로 시벨리우스의 가곡들을 노래할 예정이었지만, 벤스케 감독의 부상으로 프로그램이 변경되면서 두 번째 만남은 1년 넘게 연기됐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다음 달 9일 니컬러스 카터 지휘로 여는 ‘니컬러스 카터의 슈만 교향곡 3번’ 콘서트에서 윤투넨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네 개의 마지막 노래’와 헬렌 그라임 ‘저녁 가까이’를 노래한다. 13년 만에 서울 무대를 찾는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반갑습니다. 핀란드 북부에서 태어나셨는데, 그곳에서의 어린 시절이 궁금합니다. 겨울에는 오로라를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제 고향 키밍키는 오울루라는 도시 근처의 작은 마을이에요. 오울루에는 오케스트라와 극장, 음악원이 있어서 예술을 접하기 좋았죠. 이 지역을 떠나 헬싱키의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 공부하러 가면서 자연의 가치를 깨달았어요. 헬싱키에서는 빛 공해 때문에 오로라를 보기 어렵거든요.”

―성악가로서 언제 어떻게 재능을 발견했는지 궁금합니다.

“열 살 때 오울루 시립극장에서 처음 배역을 맡으면서 무대의 마법에 빠졌어요. 곧 내 삶의 세 가지 사랑인 노래와 극장, 클래식 음악을 결합한 것이 오페라라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됐습니다.”

윤투넨은 모차르트 ‘마술피리’의 파미나에서 베르크 ‘보체크’의 마리까지, 광대한 레퍼토리에 걸쳐 찬사와 인정을 받아 왔다. 북유럽을 대표하는 BIS와 온디네(옹딘) 레이블로 시벨리우스 가곡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에 이르는 광대한 앨범에 참여해 왔고, 사본린나 오페라 페스티벌의 푸치니 ‘나비부인’에서 프랑스 낭시 오페라의 코른골트 ‘죽음의 도시’ 마리 역까지 출연하고 있다.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역할로 오페라에 출연해 왔고, 콘서트와 음반에서도 다양한 성격의 레퍼토리를 섭렵해 왔는데….

“제 목소리는 가볍지만 오케스트라를 관통할 수 있는 색깔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라보엠’의 미미와 ‘살로메’의 타이틀 롤 같은 상반된 개성의 역할을 모두 노래할 수 있습니다. 아, 두 곡 모두 1900년대 무렵의 곡이네요. 저는 이 시대의 오페라를 좋아합니다. 멋진 드라마와 멋진 음악이 함께 어우러지고, 여성 캐릭터들이 복잡하게 표현돼 노래할 것도, 연기할 것도 많습니다.”

―이번에 노래할 ‘네 개의 마지막 노래’는 레이프 세게르스탐 등의 지휘자와 호흡을 맞춰 오셨죠. 슈트라우스의 오페라와 가곡이 주는 그만의 도전으로는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슈트라우스는 가수들에게 매우 매혹적인 소재들을 제공합니다. 그의 작품 속에서 악절은 매우 길면서 또한 여운을 남겨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발레리나가 도약하는 것 같은 환상 말이죠.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쉽게 들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