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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선수 위해 어린이집… 정신건강 돕는 ‘마인드 존’

입력 | 2024-07-24 03:00:00

파리올림픽 100년만에 다시 등장한 선수촌… “세월따라 모습도 변했네”
축구장 70개 넓이… 1만여명 생활
한국 대표팀 4, 5층에 숙소 배정
‘맛의 나라’답게 식당에도 공들여… 3200개 좌석에 메뉴만 500여개






파리 올림픽 선수촌 내 한국 선수단 숙소 건물에 태극기와 ‘가자, 한국’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문구가 내걸려 있다. 생드니=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프랑스 파리 중심부에서 북쪽으로 7km가량 떨어진 위성도시 생드니. 센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의 한 건물에 ‘ALLEZ LA COREE(가자, 한국)’라고 쓴 프랑스어 문구가 눈에 띄었다. 태극기와 팀 코리아 현수막이 걸린 이 건물 4, 5층은 파리 올림픽 선수촌 한국 대표팀 숙소다. 23일(현지 시간) 기준으로 수영, 펜싱, 배드민턴 등 10개 종목 113명의 한국 선수단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 선수들이 22일 프랑스 생드니에 있는 파리 올림픽 선수촌에서 자전거를 타며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짓고 있다. 축구장 70개 넓이의 선수촌에서 자전거는 선수들의 주요 이동 수단이다. 생드니=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프랑스 최하위 행정구역인 코뮌 세 곳에 걸쳐 축구장 70개 넓이(약 54만 ㎡)로 이 선수촌을 조성했다. 대회 기간 세계 각국 선수단 1만4250여 명이 이 선수촌에서 생활한다. 파리 올림픽 경기장의 80% 이상이 선수촌에서 10km 이내 거리에 있다. 대회 개막을 나흘 앞둔 22일 선수촌을 찾았을 때 각국 선수들은 다른 나라 선수들과 기념 핀을 교환하거나 센강을 따라 걸으면서 결전을 앞둔 긴장감을 달래고 있었다.

파리 올림픽은 선수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올림픽에 선수촌이 처음 등장한 게 1924년 파리 대회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콜롱브 지역에 목조 주택을 지었는데 현재는 당시 건물이 남아 있지 않다. 1924년 대회 이후 100년 만이자 1900년대회를 포함해 파리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이번 대회도 올림픽 선수촌 역사에 1호 기록 두 가지를 썼다.

이번 선수촌에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어린이집이 들어섰다. 사진 출처 IOC 홈페이지

첫 번째는 어린이집을 마련한 것이다. 선수촌 내 비(非)거주 구역에 있는 이 어린이집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하며 기저귀 등 아기용품도 제공한다. 올림픽 선수촌에 어린이집이 들어선 건 그만큼 ‘엄마 선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때 2관왕에 오른 뒤 딸을 낳은 ‘유도 여왕’ 클라리스 아그베그네누(32·프랑스)는 올 1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났을 때 “올림픽 기간에 선수촌에서 아이와 함께 생활하며 대회에 전념하고 싶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아그베그네누는 지난해 5월 세계유도선수권대회 정상을 차지할 때는 워밍업룸에서 한 살배기 딸에게 모유를 먹여 가며 경기를 치렀다.

두 번째 1호 기록은 선수들이 경기를 앞두고 느끼는 심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마인드 존’을 만든 것이다. 선수들은 이곳에서 명상을 하며 안정을 취하거나 다른 선수들과 담소를 나누면서 긴장을 풀 수 있다. 마인드존에는 70여 개 언어를 지원하는 상담 전화 부스도 마련돼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자격으로 선수촌을 찾은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선수들의 정신 건강까지 챙기는 세심함이 묻어나는 것 같다. 올림픽이 점점 더 선수들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선수촌 식당에서 음식을 담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생드니=신화 뉴시스 

‘맛의 나라’로 통하는 프랑스는 선수촌 식당에도 각별히 공을 들였다. 선수촌 한가운데에 있는 식당은 3200석 규모다. IOC 측은 ‘세계 최대의 레스토랑’이라고 강조한다. 선수촌 식당은 세계 요리, 프랑스 요리, 아시아 요리,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요리 등 크게 네 가지 테마로 하루에 총 4만 명분의 음식을 제공한다. 대회 조직위는 200명이 넘는 선수들에게 조언을 구해 500개가 넘는 메뉴를 구성했다. 선수촌 식당에는 프랑스어,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영양사도 대기하고 있다. 또 선수들이 전문 셰프와 함께 바게트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생드니=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