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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법’ 다시 꺼낸 한동훈… 친윤 “黨 풍비박산 날수도”

입력 | 2024-07-24 03:00:00

[한동훈 與당대표 당선]
당선후 “제3자 추천 특검 필요”… ‘8표’이상 반란땐 전면전 갈수도
야권 추진 ‘韓특검법’도 불씨로… 韓 “억지 협박” 대응 논리 고심




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대표가 23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나경원 후보와 포옹하며 인사하고 있다. 고양=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제가 내놓은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정략적 이익을 위한 특검 속내를 드러낸 상황에서 제3자 추천 특검이 더 유효하다.”

23일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된 한동훈 대표는 “당내에 절차를 거쳐서 잘 설득하고 이야기를 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당 대표 출마 당시 밝힌 제3자인 대법원장 추천 특검법을 추진할 계획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이날 친윤(친윤석열)계에선 한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을 추진할 경우 “당이 풍비박산 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당장 한 대표가 꺼낸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과 야권이 추진하는 ‘한동훈 특검’을 두고 친윤계가 이견을 보이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표 앞에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원희룡 후보를 앞세운 친윤계와 겪은 극한 내전을 봉합하는 과제가 놓였다. 당 관계자는 “한 대표가 선거 때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의 공소 취소 부탁’ 폭로 논란,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 등에서 친윤 진영과 번번이 갈등을 빚어 사분오열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봉합하고 통합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고 말했다.

● 韓 “갈등했던 모든 분과 함께 갈 것”

한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선 과정의 모든 일을 잊자. 하루아침에 잊을 수 없다면 며칠 몇 날이 걸려서라도 잊자’고 했다”며 “그 한마디가 치열했던 경선 과정의 균열을 메우고 상처를 봉합하는 한마디가 됐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친윤 의원과 어떻게 소통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108석 소수 정당으로 이것 저것 빼는 식으로 갈 수 없다”며 “갈등했던 모든 분과 함께 갈 것이다. 친한이니 친윤 누구니 하는 정치 계파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 진영은 정권 초 구심점이었던 장제원 전 의원의 불출마 등으로 세력이 약화했지만 여전히 현역 수십 명 의원이 세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선거에서 영남권 친윤 의원들은 원 후보를 도우면서 한 대표 반대편에 섰다. 이후 ‘김건희 문자 무시’, ‘공소 취소 부탁’ 논란 등에서 친윤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한 친윤 재선 의원은 “한 대표의 공소 취소 공격과 이후 대응을 보면 동지나 같은 식구라는 생각이 안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항하는 친한계는 ‘한동훈 비대위’ 출신과 비례대표 위주 초·재선 십수 명으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다만 전당대회 때 한 대표를 드러내놓고 도우며 똘똘 뭉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친한계인 배현진 의원 등은 ‘김건희 문자 무시 논란’ 때 ‘찐윤(진짜 친윤)’ 이철규 의원을 배후로 지목하며 공세를 벌이기도 했다.

당내에선 “현재 권력인 친윤계와 미래 권력인 친한계가 부딪치며 친이-친박 갈등 양상을 빚으면 공멸”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갈등은 2007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선 후보 경선을 시작으로 2008년 총선 친이계의 ‘친박 학살’, 2010년 친박계 주도의 세종시 수정안 부결 등으로 이어졌다. 2016년 총선 친박계의 ‘친이-유승민계 학살’로 갈등이 극에 달했고 이 여파는 대통령 탄핵-파면으로 이어졌다.

● ‘채 상병-한동훈 특검법’, 韓-친윤 전면전 뇌관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2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당장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처리 문제가 친한-친윤 진영 간 극한 전쟁으로 번질지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가 “민주당의 탄핵 프레임에 휘말려선 안 된다”며 결사 반대하고 있기 때문. 한 친윤계 중진 의원은 “한 대표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식으로 당을 운영한다면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균열을 키우려는 태도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한 대표가 제안한 내용으로 새로운 특검법을 발의하고, 한 대표에게 법안 처리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에 한 대표는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제가 말한 제3자 추천 특검법을 거부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감안해 당내 민주 절차를 통해 토론해 보겠다”고 했다. 일단 시간을 벌고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한 채 상병 특검법 국회 재표결 과정에서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8표 이상 이탈표가 여당에서 나오면 여권 전체가 책임론으로 사분오열할 가능성도 있다.

한 대표와 친윤계가 갈등할 경우 야권에서 드라이브를 거는 ‘한동훈 특검’에 친윤계가 동조할 수도 있다. 당장 민주당은 24일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동훈 특검법’을 법안소위원회로 회부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야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억지 협박”이라고 일축했다. 한 대표는 ‘한동훈 특검’에 대한 대응 논리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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