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민주당 대의원 과반 확보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는 평을 받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가운데)이 22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검사 출신인 그는 자신과 여러 건의 형사 기소를 당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대결을 ‘검사’ vs ‘범죄자’의 대결로 규정하며 지지층 규합에 나섰다. 워싱턴=AP 뉴시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진 사퇴한 지 하루 만에 대선 후보로 지명되는 데 필요한 대의원 과반의 지지를 확보한 것이다. AP통신이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 41분 현재 민주당 대의원 2668명의 지지를 얻었다. 대선 후보로 지명되려면 대의원 3949명 중 1976명의 지지가 필요한데 이를 훌쩍 넘긴 것이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다음 달 7일까지 온라인 투표를 통해 대선 후보를 공식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300명의 대의원 지지를 받아 출마 선언을 하는 인사가 있으면 공개 경선이 치러질 수 있지만 이미 해리스 부통령이 ‘매직 넘버’(과반)를 얻은 만큼 도전자가 등장할 가능성은 낮다.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행보에 나선 해리스 부통령은 성명을 내고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했다”며 “곧 공식적으로 후보 지명을 수락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 캠프를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을 과거로 되돌리려 하지만 우리는 모든 미국인이 자유를 누리는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 해리스 “트럼프 같은 유형 잘 안다” 첫날부터 정조준
[2024 美대선 리셋]
바이든 옛캠프에 본부 차리고 연설… 트럼프와 ‘검사 vs 범죄자’ 구도 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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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지지 확보… 오바마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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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로 온갖 범죄자(perpetrator)를 상대했다. 그래서 트럼프 같은 유형을 잘 안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해리스 선거운동본부’로 이름을 바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옛 대선 캠프를 찾아 이같이 밝혔다. 사실상의 민주당 대선 후보로서 공식 행보를 시작하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정조준한 것.
● 첫 행보부터 트럼프 정조준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선거 캠프에서 연설을 하고 자신과 트럼프 후보의 대결 구도를 ‘검사와 범죄자’, ‘과거와 미래’, ‘자유와 억압’으로 규정했다.
흑인 여가수 비욘세의 ‘프리덤(freedom·자유)’을 배경 음악으로 등장한 그는 “부통령과 상원의원이 되기 전 검사로 범죄자들을 상대했다. 여성을 학대하는 약탈자(predators), 소비자를 기만하는 사기꾼(fraudsters), 규칙을 어기는 협잡꾼(cheaters) 등”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래서 트럼프 같은 유형을 잘 안다”고 하자 캠프 관계자와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특히 그는 자신이 초년 검사 시절 주로 성추행 사건을 전담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후보가 성추문 입막음 사건으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는 점도 부각시킨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격리 중인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해리스 부통령과의 통화에서 “원하는 일이면 무엇이든 하겠다”며 지지를 약속했다. 해리스 대선 캠프는 대선 출마 선언 24시간 만에 8100만 달러(약 1120억 원)를 모금해 역대 민주당 대선 후보의 하루 모금액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 오바마 지지는 아직
민주당 주요 원로 중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직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22일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민주당 내 권력자’가 아닌 ‘공정한 원로’로 비치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경선을 거치지 않은 해리스 부통령이 공식 대선 후보가 될 경우 일부 민주당 지지층, 무당층 유권자가 이탈할 것을 우려하는 것.
해리스 부통령을 선뜻 지지하면 자신의 재임 중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 대통령과의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민주당 의원들의 집단적인 대선 후보 사퇴 요구 배후에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쳐 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