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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구속… 비상경영 체제로

입력 | 2024-07-24 03:00:00

법원, SM 시세조종혐의 영장발부
카카오 “정신아 대표 중심 경영”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사진)이 구속되면서 카카오는 초유의 리더십 공백 국면에 들어섰다. 국내 대표적인 정보기술(IT) 플랫폼 가운데서도 창업주가 구속된 것은 카카오가 처음이다.

서울남부지법은 23일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 조종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대기업 총수에 대해 도주 우려를 이유로 검찰 수사 단계에서 구속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법조계 평가가 나왔다.

카카오는 이날 오전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정 공동의장은 올해 3월부터 카카오 대표를 맡으면서 김 위원장과 함께 그룹의 ‘투톱’ 역할을 해 왔다. 김 위원장의 ‘옥중 경영’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정 대표에게 그룹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중책을 맡긴 것이다. 경영 공백에 대한 내부 구성원과 주주들의 우려가 큰 만큼 서둘러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김 위원장 주도로 경영 쇄신과 선택과 집중, 인공지능(AI) 혁신 주도 성장 등을 추진 중이었다”며 “김 위원장이 구속돼 경영 차질이 우려된다”고 했다.




‘문어발식 확장’에 발목잡힌 벤처신화 상징


카카오 비상경영 체제로
金 유죄땐 ‘카뱅’ 경영권 잃을수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현 경영쇄신위원장)는 한국 벤처 신화의 상징이다. 한때 150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거느렸지만, 문어발식 경영으로 회사 덩치만 키웠을 뿐 질적 성장에 대한 고민이 적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86학번인 김 위원장은 1992년 삼성SDS에 입사했다. 1998년 ‘한게임’을 창업해 2000년 네이버컴(현 네이버)과 합병했다. 이후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함께 회사를 이끌었다.

김 위원장은 미국에서 아이폰을 접한 뒤 새로운 모바일 시대를 예상하고 2010년 카카오톡을 만들었다.

김 위원장은 국내 포털 업체 다음, 국내 최대 음악 서비스 멜론 등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확장 일변도식 성장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호출 독과점 논란, 카카오 계열사들의 골목상권 침해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경영진이 계열사 상장 이후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행사해 도덕성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엔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올해 초 그룹 혁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CA 협의체를 발족했지만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임원은 “김 위원장 구속으로 카카오가 쇄신 동력을 잃었다”고 했다. 이를 증명하듯 23일 카카오그룹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카카오 10개 그룹사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1조7120억 원 증발했다.

카카오는 이번 사태로 카카오뱅크(카뱅)를 잃을 수도 있다. 카카오는 카뱅 지분 27.16%를 보유한 대주주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카카오가 카뱅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이 없어야 한다. 김 위원장이 처벌받을 경우 양벌 규정에 따라 카카오 법인에도 벌금형이 내려진다. 이 경우 10%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처리해야 한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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