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하나임 이주민센터 설립한 우림교회 신장호 목사 이주민들 한국 적응 위해 한국어 수업, 경제·심리 상담 등 지원
신장호 목사가 이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사진= 이랜드복지재단
광주 광산구 월곡동에 있는 ‘글로벌 마하나임 이주민센터’. 이 시설은 이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고려인 마을에 있다. 의료인들은 일주일에 한 번 이 동네를 방문해 이주민들의 검사를 진행하고 치료한다. 그때마다 평소 병원을 가지 못했던 이주민들은 1-2시간씩 줄을 서는 것이 기본이다. 한 이주민은 너무 이른 시간부터 줄서기를 시작해 쫓겨난 적도 있다.
이주민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일까. 글로벌 마하나임 이주민센터를 설립한 신장호 목사는 “아픈 것이 이주민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답했다.
걱정이 됐던 신 목사는 슬라바 씨의 집에 직접 방문했다. “발이 아프세요?”라는 신 목사의 물음에 슬라바 씨는 “아니요. 이빨이 아파요”라고 답했다. 치통이 심해 ‘이빨’이라는 발음을 못하고 ‘발’이라고 했던 것이다.
신장호 목사가 이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사진= 이랜드복지재단
신 목사는 슬라바 씨의 치과 치료비를 후원해줄 만한 곳을 찾기 위해 약 2주간 몸소 뛰어다녔다. 다행히 이랜드복지재단의 후원을 받게 됐다. 치통을 5년간 버텨왔던 슬라바 씨의 치아 상태는 현재 호전된 상태다.
치료 전 슬라바 씨 치아 상태. 사진=이랜드복지재단
신 목사는 2022년도에 글로벌 마하나임 이주민센터를 설립했다. 과거 그는 철강업계에서 12년간 천장 크레인 일을 하며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다 2014년 돌연 퇴사를 결심했고, 어려운 이주민들을 돕는 복지시설을 설립했다. 우림교회 목사이자 센터 설립자인 신 목사는 현재 이주민들이 한국에 잘 적응하도록 한국어 교육, 경제·심리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센터 내에는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들을 위한 자동 의료기도 있다.
차별과 부정적 선입견 사라졌으면…
신 목사는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자주 목격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곳에서 지내다 보면 “‘돈이 많다’, “돈 벌려고 한국에 왔으면서 사고를 많이 친다”는 부정적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을 종종 본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신장호 목사가 운영하는 ‘글로벌 마하나임 이주민센터’ .사진=이랜드복지재단
센터 설립 후 3년가량 신 목사의 진심이 전해지자 마음을 열고 이곳으로 오는 이주민들도 최근 크게 늘었다. 신 목사는 센터 밖에서도 이주민들과 인연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주민들의 집에 종종 방문 하는데, 그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고 꾸준히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손가락이 붙어있어 생활이 불편했던 데이비드의 수술비, 한국어 수업을 듣던 카모 학생의 안과 수술비 등 다방면으로 도움을 줬다. 보통 재단에 도움을 요청하는데, 한국어가 서툰 이주민들에게 신 목사는 큰 도움이 됐다.
이주민의 가장 큰 어려움은 ‘소통’
이주민들은 임금체불, 부당해고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을 겪지만 기본적으로 ‘소통’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신 목사는 전했다. 그러면서 소통 문제로 난처한 상황에 처한 이주민을 위해 자신이 직접 나서서 해결했던 경험을 회상했다.
한 번은 집주인과 갈등을 겪는 이주민 친구가 있었다. 신 목사는 “이주민들 대부분은 쪽방촌, 고시원 등 좁은 집에서 불편하게 생활한다. 그런데 이주민들이 한국인으로서 되게 무안할 정도로 대우를 받을 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가령 시끄럽다거나 일방적으로 무시를 하는 경우도 잦다고. 그때 신 목사가 직접 나섰다. 그가 ‘왜 그렇게 하시냐. 똑같은 사람인데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대응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반응은 차가웠다고 한다. 이런 갈등이 이주민들이 자주 겪는 어려움 중의 하나다.
또한 공단 서류를 제출할 때와 같은 직접적인 소통이 필요할 때 신 목사는 이주민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다. 그는 공단에 직접 같이 가주거나 후원 루트를 찾아준다. 심리적으로 이주민들이 상처를 겪거나 힘들 때도 ‘상담’을 통해 치유하고자 노력한다.
그는 “각 나라마다 문화도 다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달라서 도와달라고 표현을 못 하는 분들도 많다”며 “상담을 하면서 순간마다 들어주기만 해도 이분들한테는 굉장히 큰 힘이 된다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어로 꾹꾹 눌러 적은 편지 받을 때 가장 행복해
신장호 목사가 운영하는 ‘글로벌 마하나임 이주민센터’ .사진=이랜드복지재단
또 한국어 수업을 할 때 이주민들이 자신의 강의를 재미있게 듣고, 호응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차다고 했다.
신 목사는 교회 목사, 센터장, ‘SOS 위고’ 봉사단 세 개를 병행하지만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없다고 밝혔다. 굳이 어려움을 꼽자면 월세나 난방비 등의 비용이다. 센터 운영비는 신 목사의 자비로 처리하고 있다.
신장호 목사. 사진=이랜드복지재단
이주민 이해 노력 필요…우리도 그런 시절 있었어
신장호 목사 가족. 사진=이랜드복지재단
신 목사는 “아직도 한국 사회에 이주민에 대한 많은 편견이 존재하는 거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예전에 힘들 때가 있지 않았느냐”면서 “우리가 70~80년대 많이 해외로 이주하면서 경제에 굉장히 큰 이바지를 했다. 그런 점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 각자의 삶을 알지 못하고 쉽게 말할 수는 없다”며 “물론 이주민들이 한국에 와서 사고도 치고 안 좋은 사건이 때로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문화를 모르고, 그들의 삶을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한 채 말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힘든 일이나 육체적 노동을 도맡아서 하는 이주민들이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하지 않는 그런 일들을 그들이 대신 맡아서 하는 부분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이주민에 대한 혐오 정서도 사라지길 바란다”라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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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seul5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