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GettyImages)/코리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를 둘러싸고 혼란을 겪던 민주당을 빠르게 안정시킨 해리스 부통령은 첫 유세부터 트럼프 후보를 정조준했다. 또 일부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기도 했다. 당초 충성스러운 지지층에 암살 시도 사건 직후 열린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까지 더해지며 힘을 얻던 ‘트럼프 대세론’이 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 해리스, 일부 여론조사에서 근소하게 앞서
특히 해리스 부통령은 무소속 후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포함한 3자 대결에선 지지율 42%를 기록해 트럼프 후보(38%)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해리스 부통령은 같은 날 발표된 NPR·PBS 공동여론조사에선 45%의 지지율로 트럼프 후보(46%)와 접전을 벌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사퇴 하루 만에 민주당 후보 지명을 위한 대의원 과반을 확보했고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등의 공개 지지도 받았다.
● ‘트럼프 범죄자’ 프레임 강조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트럼프 후보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첫 유세를 가졌다. 경합주인 위스콘신주에서 트럼프 후보에 대한 본격적인 공세에 나선 것이다. 그는 전날에 이어 또한번 “트럼프는 34건의 중범죄 혐의로 기소됐다”며 사법리스크를 정조준했다. 또 “자유와 연민, 법치의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 아니면 혼돈과 공포, 증오의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라며 “트럼프는 미국을 후퇴시키려 하지만 우린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상대적으로 젊은 검사 출신 여성 정치인이란 정체성을 내세우며 ‘검사 대 중범죄자’와 ‘미래 대 과거’, ‘자유 대 혼란’으로 대선 구도를 재편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해리스 부통령의 선전에 공화당도 대선 전략을 수정하며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공화당은 해리스 부통령이 불법이민 대응 실패 책임자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의 여론조사 담당자인 토니 파브리지오는 “단기적으로 여론조사 결과가 바뀌고 해리스의 지지 기반도 탄탄해질 수 있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안 달라진다”며 “‘허니문(신혼여행)’은 끝날 것이고 유권자들은 해리스가 바이든의 부조종사였다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지도부는 해리스 부통령의 인종 및 성별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라는 경고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도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표현을 ‘웃는 해리스’에서 ‘거짓말쟁이 해리스’로 바꿨다. 해리스 부통령의 함박 웃음을 공격하는게 흑인 여성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후보와 J D 밴스 부통령 후보의 과거 발언이 문제가 될 것이란 대한 우려도 있다. 트럼프 후보는 공화당 경선에서 인도계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의 인도식 이름을 조롱했다. 밴스 부통령 후보도 2021년 해리스 부통령이 출산 경험이 없는 것에 대해 “자식 없이 사는 고양이 여성(childless cat ladies)들은 자기 인생은 물론 국가를 위해서도 참담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