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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임산부, 출산은 물론 양육 걱정 없게 지원 강화해야[기고/정익중]

입력 | 2024-07-24 22:54:00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부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출생도 중요하지만 이미 태어난 아이를 잘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에 미등록 영유아가 2123명(2015∼2022년)이었고, 그중 300여 명이 이미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희생으로 부모에게만 맡겨졌던 출생신고를 넘어 이제는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통보하고 지방자치단체가 확인하며 출생 미등록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자동적 출생 통보가 두려운 산모는 병원 밖 출산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가명으로 병원에서 출산할 수 있는 보호출산도 이달 19일 함께 시행되었다.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동은 출생 등록 후 입양, 가정위탁 등으로 보호 조치된다.

일각에서는 합법적인 영아 유기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임신 사실이 기쁨보다 공포인 위기임산부는 주변 도움을 받지 못하는 정보취약계층인 경우가 많고, 이 취약성은 영아 유기나 살해 등 극단적 선택 가능성을 높인다. 보호출산이 아니라면 위기임산부와 쉽게 연결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이 제도에도 불구하고 ‘1308’ 전화나 지역상담기관을 몰라 귀한 생명이 죽거나 버려질까 걱정이다.

보호출산제는 보호출산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 전혀 아니다. 아이를 살리는 마지막 수단이며, 위기임산부가 아이를 직접 양육하게 만드는 첫 번째 도움이다. 위기임산부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최선의 결정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 결정이 원가정 양육이 되려면 상담원의 전문적 역량, 원가정 양육에 대한 충분한 지원,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함께 필요하다. 특히, 원가정 양육을 결정했을 때 위기임산부 가족에게 의료는 물론 생계, 주거, 돌봄 등 맞춤형 지원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이는 지역상담기관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민관 협력으로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 또한 미혼모, 한 부모에 대한 낙인과 편견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족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공감이 높아져야 한다.

원가정 양육을 위해선 상담원의 전문성을 높이는 게 매우 중요하다. 위기임산부의 첫 전화가 마지막 전화가 되지 않도록 진정성 있게 지원하고, 두려움 없이 아이를 낳아 원가정에서 양육하도록 만드는 것이 상담원의 전문적 역량이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중앙상담지원기관으로서 상담원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컨설팅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하지만 전문성 높은 상담원의 확보는 합당한 처우와 양질의 노동조건이 갖춰질 때 가능하다. 상담원의 노동조건은 곧 위기임산부의 보호조건이다. 상담원의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장기 근속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위기임산부의 첫 상담원이 사례 종결 시 마지막 상담원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은 지원의 안정성을 위해 필수적이다. 위기 상담은 365일, 24시간 진행되므로 노동 강도가 높지만, 처우는 아직 낮은 편이다. 만약 상담원의 소진이나 낮은 처우로 인해 이직률이 높아진다면 상담의 질은 저하되고, 그 피해는 위기임산부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실무자의 헌신, 책임감, 사명감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래야 보호출산 문의로 시작된 위기임산부 상담이 원가정 양육으로 이어져 본래의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