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15세 중학생이 도박에 발을 들인 건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도박 사이트 광고를 호기심에 눌러본 순간부터였다. 쿠폰으로 받은 1만 원어치 사이버 머니로 10만 원을 따더니 금세 200만 원을 벌었다. 판돈을 수백만 원까지 올리며 큰손이 된 그는 16세에 도박 사이트를 홍보하는 ‘총판’이 됐고 급우들을 가입시켜 수수료를 챙겼다. 친구들에게 고리로 돈을 빌려주는 불법 사채 일을 시작한 뒤에는 빚을 진 친구의 부모를 협박해 돈을 받아내고, 급기야 불법 도박장까지 차렸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살펴본 요즘 청소년들의 온라인 도박 실태는 이처럼 믿기지 않는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취재에 응한 중고교생들이 학교는 이미 도박왕국이라고 말할 정도로 도박의 그림자가 교실까지 스며들고 있다. 경찰청의 최근 사이버 도박 특별단속에선 청소년이 1000명 넘게 적발됐다. 도박 중독 증세를 보이는 10대가 급증한 것은 물론이고 이들의 평균 연령도 2019년 17.3세에서 지난해 16.1세로 낮아지고 있다.
취재팀이 접한 도박 경험 청소년들 중에는 “과거로 돌아가도 다시 도박을 할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휴대전화 터치 몇 번으로 불로소득을 얻어 본 해악이 그만큼 큰 것이다. 요즘 10대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쓰며 소셜미디어를 애용해 쏟아지는 도박 광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도박 사이트에는 미성년자도 쉽게 가입할 수 있고, 도박 조직들이 중고교생을 고용해 학교 친구들을 유인하도록 하는 수법도 확산되고 있다. 그 결과 돈 버는 게임인 줄로 알고 도박에 손을 댔다가 빚더미에 빠지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