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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조종엽]반려견 유치원비보다도 싼 대학 등록금

입력 | 2024-07-24 23:18:00



“반려견 유치원비보다 대학 등록금이 싸다”는 말이 있었는데, 거짓이 아니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조사 결과 지난해 4년제 사립대의 연간 등록금은 평균 약 732만 원이고,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61만 원이었다. 한데 반려견을 위탁업체에 맡기는 비용이 월 60만∼90만 원이어서 대학 등록금과 비슷하거나 더 비쌌다. 등록금은 영어유치원(월 174만 원) 사립초(76만 원) 사립국제중(106만 원) 자사고(75만 원) 고교생 사교육(74만 원) 등에 드는 비용보다 쌌다.

▷다른 물가는 다 오르는 동안 등록금만 제자리에 머무르거나 내렸기 때문이다.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2008년에도 738만 원이었다. 지난해까지 15년 동안 오히려 6만 원이 싸진 것이다. 국립대도 약 420만 원 선에서 거의 변화가 없었다. 해당 기간 소비자물가가 36.7% 올랐음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론 등록금이 2008년 대비 4분의 3 아래로 떨어진 셈이다. 정부가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엔 국가장학금Ⅱ 지원을 하지 않거나 재정지원 사업에서 배제하는 방법으로 등록금 동결을 사실상 강요해 온 탓이다.

▷그만큼 학부모 부담은 줄었지만 문제는 등록금이 싸지면서 대학 교육의 질도 ‘비지떡’이 돼 간다는 데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연구비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 등 대학의 교육과 연구 예산이 모두 2011년 대비 18∼26%씩 감소했다. 대학이 구독하던 전자저널을 끊은 탓에 교수가 다른 대학의 아이디를 빌려 쓰는 건 심한 축에 들지도 않는다. 실험에 필요한 장비를 못 사서 대학원생이 장비가 있는 다른 대학까지 몇 시간을 오간다. 건물에서 비가 새도 고칠 돈이 없다. 교수 월급을 물가만큼도 올려주지 못하니 인재가 기업으로 빠져나가거나 중요한 연구를 제쳐두고 기업 과제에 목을 맨다.

▷저소득층 학생이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던 시절이라면 모르지만 이제 그런 사례는 많이 없어졌다. 국가장학금 제도가 확충되면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은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고, 그 밖에도 소득 구간별로 연 350만∼570만 원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도 등록금 인상 필요성을 안다. 2022년 6월엔 교육부 당국자가 “정부 내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으나 여전히 눈치만 보는 중이다.

▷정부가 장학금을 미끼로 등록금 인상을 규제해 대학의 등록금 책정 권한을 침해하는 건 법적 근거도 없다. 등록금뿐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고등교육에 대한 공교육비 투자가 초·중등교육보다 더 적은 건 한국과 그리스, 콜롬비아뿐이다. 고등교육 투자가 멎은 가운데 우리 대학의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인적 자원밖에 기댈 것이 없는 나라가 무엇이 중요한지 잊고 있다.



조종엽 논설위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