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부모 교육’ 10주간 5개 권역서 전문가 강의 서울에만 약 13만명 자발적 고립 부모 1350명에 상담 등 지원하기로
1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세미나실에서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부모 교육’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고립·은둔 청년의 사회 복귀를 돕고 있는 서울시는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시작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코로나 학번’인 딸아이가 5년째 방에 틀어박혀 있습니다. 입을 열지 않으니 이유도 알 수 없어 답답한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1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세미나실. 중장년층 18명이 책상 앞에 앉은 가운데 20대 딸을 둔 김모 씨(50)가 손을 들고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대학에서 비대면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괜찮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딸의 고립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들은 김혜원 호서대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고립·은둔의 계기가 됐을 수는 있지만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부모는 자녀의 고립을 유발한 과거의 요인을 찾기보다 현재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서울시가 이달부터 심리적 어려움, 취업 실패 등 다양한 이유로 사회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고립 청년’과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은둔 청년’의 부모를 대상으로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부모 교육’을 시작했다. 서울시는 2020년부터 고립·은둔 청년 당사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지만, 이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강남구에서는 10주간 5개 권역으로 나눠 진행하는 고립·은둔 청년 부모 교육 중 동부권의 첫 교육이 진행됐다. 교육장에는 50대 중년층부터 머리가 희끗한 노년층까지 18명의 부모가 속속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는 어색한 듯 무거운 공기가 흘렀지만, 강의를 맡은 김 교수가 “여기 모인 분들은 10주간 한배를 탄 동료들”이라고 말하자 조용했던 교육장은 이내 서로를 소개하는 이야기장으로 변했고 공감 어린 시선들이 오갔다.
김 교수는 고립·은둔 청년을 자녀로 둔 부모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고립·은둔 청년은 개인적 영역을 넘어 가족 전체의 고립으로 이어지기 쉽다”며 “가족 전체가 함몰되지 않도록, 고립·은둔 당사자와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부모 교육이 꼭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가 “가족이 원인을 제공한 ‘가해자’이기 때문에 자녀의 고립·은둔이 발생한 걸까요?”라고 질문을 던지자 3, 4명의 부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 교수는 “고립·은둔에는 많은 원인이 작용할 수 있다”며 “스스로 원인 제공자라는 생각이나 ‘놔두면 지나가겠지’ 하는 태도보다는 심리·정서적인 지원과 수용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약 13만 명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청년 중 고립·은둔 청년 비율은 4.5%로 추정된다. 이를 서울시 인구에 적용할 경우 최대 12만9000명의 청년이 방에 틀어박힌 셈이다. 이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 가족에게는 ‘고립·은둔에 대한 이해 프로그램’과 ‘부모와 자식 간 가족 상담’ 등 청년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상담이나 교육이 가장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서울시는 가족을 위한 심리상담, 교육, 정보 제공 등 주변인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또 고립·은둔을 극복한 청년의 가족을 ‘멘토’로 양성해 같은 고민을 가진 가족에게 도움을 주는 선순환 체계도 마련할 예정이다. 김철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은 “올해 고립·은둔 청년 부모 총 1350명을 대상으로 교육과 상담, 특강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